지각으로 대화 앞 부분을 기록하지 못 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 90년대생들이 더 서구식 문화에 익숙한 것 같다. ‘본 투 비 계약’이라는 느낌.
영2: 편집장이 ‘그래도 조직인데…’라며 말하는 것들을 90년대생들은 이해를 못 하더라.
은: 90년생으로서, 내용이 과하지 않은 선에서는 거의 공감하면서 읽었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 문제에 대한 부분이 공감됐다.
포: 딸이 있는 대표가 말하길, (딸 또래의 아이들은) 좋아하던 아이돌이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는 등 이슈가 생기면 좋아하기를 딱 끊는다고 한다. 도덕을 중시하는 것이다.
경: 90년대생의 ‘병맛’ 선호 등의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론을 끌어다가 설명하지 않고 그냥 이들은 재미있고 단순한 걸 좋아한다고 한 것이 좋았다.
이: 갑질에 대한 반발도 더 커진 것 같다. 90년생들은 공정성을 바라지만 그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한둘 있는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니, 가능하다면 학연·지연을 이용하는 등의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우: 이 책이 뭘 말하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과연 그런가?’라는 반감이 들기도 했다. 가령 43쪽의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같은 부분은 그들을 너무 비관적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세대론에서는 X세대부터 90년대생으로 가면서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영2: 나는 관리직이 아니라 20대들의 행동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데 해리 언니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밥을 먹으러 가도 ‘커피를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 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경영관리 팀이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온라인 팀에 손님이 오면 커피 잔을 그 팀에서 씻는 게 당연한데 그걸 개수대에 놓지도 않고 간다더라. 그래서 참다가 한마디 했더니 똥 씹은 표정을 했다고 한다. 또, 워크숍 날짜를 힘들게 잡았는데 나중에 20대 직원이 와서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빠지겠다고 했다는 것도 들었다.
영2: 그런데 워크숍 자체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워크숍 일정을 근무 시간 내에 잡으면 되는데 주말을 뺏는다는 것이 그렇다. 회사에서, 서양인 직원들은 워크숍에 참석을 안 하는데 일본, 중국인 직원들은 참석을 한다는 게 유의미하게 느껴졌다.
우(발제자): 책에서 90년대생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인 ‘참지 않고 이야기한다’라는 점에 대해서도 말해보면 좋겠다.
영2: 한번은 주말에 메일이 오가고 월요일까지 일이 완성돼야 하는 상황이라 편집장이 미국인 에디터에게 일을 해서 넘겨달라고 했더니 그가 “돈 주는 거죠?”라고 물었다고 한다. 편집장이 그걸 듣고 ‘어리고 철딱서니 없다’고 이야기했다. 인사팀에서 미국인 에디터에게 초과수당이나 대휴가 가능하다고 알려준 것에 대해서도 뭐라고 했다고 한다. 주말 근무에 대해서는 미안해하고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90년대생): 나도 참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주로 웃으면서 말문을 막는 방식으로 말한다. 전 회사가 이유 없이 야근을 시키는 곳이었다. 회장이 지랄할 것을 아니까, 팀장님은 눈치 보고 퇴근하라고 했는데 나는 “일 다 했으니까 그냥 퇴근할게요” 하고 대표에게 퇴근 인사를 하러 갔다. 그랬더니 대표가 왜 벌써 가냐며 “일 없어?”라고 하는 거다. 대표가 시켰던 업무를 읊으면서 다 했다고 하자 일을 또 시키려고 하기에, 내일 한다고 하고 퇴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고 불려가서 잔소리를 들었다.
영2: 90년대생이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기업문화가 후져서’를 든 것이 기억에 남았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미안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도 결국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면서 아랫사람한테 그렇게 대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영: 상무와 나, 90년대생. 이렇게 있으면 상무가 90년대생은 받아주면서 나한테는 “너는 그러면 안 되지”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에게 쏟아내는 게 괴롭다. 끼어있는 세대의 고충이 있다. 아랫사람의 투정을 받아주고 윗사람의 욕도 들어야 하는.
우: 책의 2부가 인상적이었다. 90년대생들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버텨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어야 하고, 일을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해야 하며 일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알려주거나 심지어 이직까지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쇼킹했다.
영: 예전에는 사수의 가르침을 고맙게 여기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엔 일의 방향이나 태도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것 같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
경: 내가 90년대생을 대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90년대생으로서 위 세대에 바라는 건 ‘우쭈쭈’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식대로 대해주는 것이다. 가령 ‘점심을 굳이 다 같이 먹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면 혼자 먹게 내버려뒀으면 한다는 것. 앞서 언급된, 이직을 도와주어야 한다느니 하는 내용은 HR에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에서 90년대생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장기적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일시: 2019년 12월 14일(토) 오전 11시
장소: 합정역 디어라이프
참석자: 우, 영, 포, 은, 영2, 이, 경 (7명)
발제 도서: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웨일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