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 Dec 31. 2019

행복의 건축

집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인기좋은 알랭 드 보통. 그러나 우리 모임에서는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건축에 관심있었던 발제자가 건축 관련 책을 고르다 보니 제목이 좋아보여 골랐다고 한다. 그녀는 알랭 드 보통이 누군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을 하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알랭 드 보통을 처음 읽어봤다는 회원들도 많았다. 


책의 전체적인 감상평

_ 건축에 관심이 많지만 알랭 드 보통은 몰랐다. 문체는 힘들었지만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건축이 말을 건다는 표현이 좋았고, 웹툰 '은주의 방'도 생각났다.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사는 곳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_ 너무 예전에 읽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07년 9월 20일에 읽었더라. 블로그에 기록해놓으니 그때 기억이 나서 좋았다. 여행을 다녀와서 알랭 드 보통을 읽을 자신이 생겼던 것 같고, 좀 업되어서 좋게 읽었다. 마지막에 '꾹 참고 읽을만 하다'라고 적어놨더라. 책에 영국 바스도 나오는데, 바스 여행 다녀와서 읽은 책이다.

 _ 아직 덜 읽었는데 이 책의 감상평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면 '건축물의 가나다라를 배우다'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식으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운 건축에 대한 아름다운 생각과 표현들이 아름답다' 쯤이려나. 책 전체 내용 중에는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는 구절이 와닿았다.

 _ 르 코르뷔지에의 빠로서 르 코르뷔지에 얘기가 나온다길래 봤는데, 이렇게 깔 줄이야! 그렇지만 새로운 시선이라 좋았다. 초반에 진입장벽이 있었고, 자기 전에 읽을 수 없는 책이란 걸 알았다. 휴가 내서 이틀 동안 다 읽었는데, 뿌듯하면서도 이틀 휴가를 다 날렸다는 게 속상하다. 사회학적으로도 아니고, 논문식으로도 아닌 방법으로 건축에 접근한 점이 좋았고, 우 오빠처럼 결핍되어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결핍은 예술가의 숙명인가 생각했다. 제목은 마음에 안든다.

 _ 알쓸신잡 보는 기분으로 봤다.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읽으니 재밌었고, 생각지 못한 지점을 알려줘서 좋았다. 이 책과 가구, 인테리어 관련 책을 같이 읽었는데 시너지가 났다. 나는 집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내내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_ 다른 사람들과 달리 첫 챕터는 느무느무 좋았는데, 이후는 별로였다. 보통이 자기 문체가 제대로 번역될까 의구심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_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 읽었고, 읽어보니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 르 코르뷔지에의 집의 3기능 중 나는 빛과 태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그걸 중요하게 본다. 예전에는 외딴 섬에 공연장을 짓겠다는 꿈도 꾸곤 했는데, 건축적으로는 절을 좋아한다.  

책으로 집을 지어보았다

자기 집을 짓게 된다면 어떻게 지을까? 그리고 지은 집이 나에게 어떤 말을 걸어왔으면 하나?

 _ 집이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쪽마루라고 하나 대청마루라고 하나? 하여간 우리나라 한옥의 마루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고희동 가옥이다. 섬북동 모임에서 지난번에 갔던 곳인데, 북촌에 있다. 

 _ 영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가 사는 집이 로망이다. 숲이 보이는 통창, 공간활용 등이 딱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나는 옥탑, 테라스 등 외부가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보고 좋아하는 곳과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은 곳은 다른 것 같다. 

_ 중정이 있는 집을 짓고 싶다.

 _ 주인의 덕을 보여줄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다. (덕이라는 말에 다들 놀람. ㅋㅋㅋ) 현재의 아파트는 내 덕을 보여주긴 부족하다. 아늑하고 편안했으면 좋겠고,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는 집이라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일랜드 식탁이 로망이다. (이 말에 독립하고 방안 가득 갓 지은 밥냄새가 나면 너무나 행복하다는 은과 유럽에서 밥냄새 맡고 자동 눈물을 흘렸다는 포의 증언이 이어짐)

_ 베이 윈도우를 꼭 장착하고 싶다. 틀에 앉을 수 있는 창문이다. 그 창문은 꼭 하얀 창틀이 사각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집을 짓는다면 한옥을 짓고 싶은데, 내부는 현대식이어야 한다. 한옥의 쪽마루, 창호지, 처마, 황토벽을 사랑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짓고 싶다. (모든 이들을 뜯어 말림. 바닷가는 습기와 소금기로 부식이 심해진다고)

 _ 현재 집에 만족하는데, 단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앉아서 노을을 보고 싶다. 현재 집은 세탁실에 들어가야 겨우 노을이 보인다. 깨끗하되 따뜻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모드 공간과 그 안을 채우는 물건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면 좋겠다. 내가 관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쾌적하고 조용한 집을 원한다.

 _ 동굴같은 비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다들 영화 '기생충' 얘기를 했고, 은은 그런 거 아니라고 절레절레) 화장실에서 들리는 빗소리, 누웠을 때 별이 보이는 곳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집이 나에게 말한다면 "마음껏 울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동굴 같아서 마음에 든다.

_ 집에 말을 한다면 "편히 쉬어."라고 했으면. 앞으로 이사갈 집에 대청마루를 깔고 싶다. 약간 단을 높여 평상처럼 깔고 싶은데 남편이 반대한다. 그냥 바닥에 잘 못 눕기 때문에 단을 높인 나무 재질의 마루를 꼭 깔았으면 좋겠다. (다들 아랫층 층간소음을 살펴보고 설치하라고 조언)
 _ 건설일을 너무 오래 많이 해와서 집에 대한 감흥이 1도 없다. 다만 요번에 이사한 집이 고층이라서 주변 소음이 들리지 않아 매우 조용하다. 그건 마음에 든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 

 _ 부모님이 계시는 밀양에 망대가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거기 누우면 밭과 산이 보이고, 서울과 달리 사방이 트여 있다. 거기서 보는 해떨어지는 풍경, 선선한 바람 다 좋아한다. (우리 5월에 그리로 엠티 가자!)

 _ 건대 호수인 일광호 앞의 할리스 커피. 경치 좋다.

 _ 목욕탕 사우나를 좋아한다. 평일에 가서 불가마에 나혼자 멍때리고 있으면 행복하다.

 _ 회사 앞 스타벅스에서 섬북동 책을 읽을 때가 있다. 그때가 유일하게 아무도 건들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고 공간이다. 스벅 1인용 테이블이 한시간 짜리 부동산 임대라고 생각한다.

 _ 나도 윤과 똑같다. 아침 8시 9분~45분까지 회사 앞 스벅에서 책을 읽는다. 회사에서 읽어도 되지만 출근하는 후배사원들이 자꾸 인사를 해서 집중이 안된다. 또 아이디어를 낼 때도 스벅에 가서 잡지를 훑어보곤 한다.

 _ 아침에 카포에이라 하러 가는 곳이 산울림 소극장 근처 스튜디오인데, 거기가 좋다. 나뭇바닥이 되어 있고, 운동하기 좋다. 거기서 파티를 하면 별로인데, 운동을 하면 괜찮다.

 _ 국회도서관 1층 북카페 안의 노트북 자리. 아늑하고 집중도 잘 된다. 또 매일 아침 출근할 때 타는 버스 뒷자리에서 마포대교 입구부터 강변램프를 돌아서 오는 길이 좋다. 한강을 실컷 보며 출근할 수 있어서.

 _ 우리집. 또 서점과 도서관. 서점과 도서관은 생각해보니 그 정도의 소음과 무관심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행복의 건축'에 대한 마인드맵 


행복의 건축

시간 : 2019년 12월 28일

장소 : 올라 카페 (망원동)

참석자 : 은, 달, 포, 윤, 현, 정, 우, 옥 (총 8명)


매거진의 이전글 90년생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