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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Sep 26. 2024

우리는 모두 풀릴 수 없는 비밀들로 살아간다

시 | 커튼콜

하나, 둘, 셋

조명이 켜지고
공연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시작된다

커튼콜이 내려가는가 했더니
2장의 시작이었고
클라이막스 직전에는 조명이 꺼졌다

이상한 일이네

너는 그렇게 말하며 기립 박수를 쳤다

오래된 시간은 항상 케케묵은 냄새가 난다

공연 중간에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조명 하나 켜진 무대 위에 나 혼자 서 있었다

이건 참 예상치 못한 일이네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무대는 나를 남겨둔채 불이 꺼지고
나는 그렇게 시간 속에서 썩어간다

이윽고 다시 불이 켜지면
모두가 박수 갈채를 보내겠지
거기에 네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커튼콜이 끝난 무대 뒷편을
우리는 영영 보지 못한다

무대 뒤에는 사자가 살고

가끔씩 비가 내리고

해가 뜨는 일은 거의 없어,라고

너는 말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모두 풀릴 수 없는 비밀들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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