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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Sep 14. 2024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오래되는 거야

시 | 홀로 여행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나무 상자를 두고 왔어

우선 변명은 하지 않을게

그로부터
둘로 나뉘는 경험을 했다는 너는
밤마다 나를 찾아와
삶을 부정하는 놀이를 시작했다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만

잠시 들렀던 바닷가에서 친해진 갈매기가
너를 데려오는 꿈을 자주 꾼다

그다지 긴 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삶이 길어지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그곳에 두고 온 상자에도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오래되는 거야
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빛나는 것이 있다면 조심하라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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