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어려운 그대에게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by 남이월

“시가 너무 어려워요”


간혹 가다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심지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들조차도 시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를 어려워할까?



가까운듯 먼 시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가 어려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알고 있는 시 구절과 시인을 각각 떠올려 보라. 아마 평소에 시를 접하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윤동주, 김소월, 이상 등 근대 시인들과 시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자신이 정말 시에 관심이 있어서 알고 있다기 보다는, 학창 시절 그들의 시에 지독하게 시달린 탓이리라 생각한다.


시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궁금하지도 않은 화자의 의도를 찾고 떠나간 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달달 외운 경험은 모두가 한 번쯤은 있을 듯하다. 그 결과 우리는 모두가 공통으로 아는 시인과 시 구절은 가지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시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어쩌다가 큰 맘 먹고 시집을 구매해도 학창 시절 시를 배웠던 습관은 그대로 남아 화자의 의도를 묻고 청자가 누구인지 찾기를 강박적으로 의식하며 시 좀 읽어보겠다는 우리를 괴롭힌다.


거기다가 현대시라고 해서 산 시집에 있는 시들은 왜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언어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시를 읽는 사람들은 이 모든 시어를 다 해석하고 읽는 것일까? 시 읽기란 정말 그렇게 복잡하고 머리 아픈 행위일까?


그래서 시가 뭔데?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토록 읽으려는 시라는 녀석은 대체 무엇인가?


“이야 저거 되게 시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말을 종종 하고는 한다. 저 말에서 우리가 가리키는 대상은 누군가의 말 혹은 글일 수도, 그림일 수도, 풍경일 수도, 그 외에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럼 그런 시적인 것들이 곧 시일까?


이에 대해 황인찬 시인은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나무를 보고 나무 같다고 하지 않죠. 물을 보고 물 같다 하지도 않구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뭔가를 보고 시적이다라고 할 때 그 말이 명확히 의미하는 바가 하나 있다면, 그게 시가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중략) 시적이라는 것은 분명히 시는 아니지만 어떻게 잘 움직이면 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이로서 시적인 건 말 그대로 시처럼 보이는 것이지, 시는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자연스레 우리가 시적이라고 생각하는 말, 글, 그림, 풍경들이 시가 아니라는 것 역시 확실해졌다.


시적인 게 시가 아니라면 시는 과연 무엇일까?


문학의 한 장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이다.”


네이버 국어 사전에 적힌 시의 사전적 정의이다. 그러나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고 우리에게 와닿는 정의도 아니다.


다음 시 구절을 읽어보자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오병량 [편지의 공원] 中


옆집 오빠는 키가 작지만

여러가지 표정을 가졌고

나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네

-백은선 [어려운 일들] 中


해안선을 따라서 해변이

타오르는 곳이었다

우리는 그걸 보며 걸었고

두 손을 잡은 채로 그랬다

-황인찬 [기념사진] 中


세 개의 구절 모두 사랑을 묘사하고 있음을 우리는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들의 표현은 어떤가? 사랑이라는 같은 감정을 묘사하고 있음에도 세 시 모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바라보고 있다.


시는 이처럼 하나의 감정에 서로 다른 정의를 붙이는 작업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지 못 하는 감정의 틈(아마도 앞서 말한 시적인 어떤 것)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감정에 새로운 설명을 만드는 것, 그것이 시인의 일이고 시의 진정한 존재 의의이다.



시가 어려운 그대에게

이제 우리는 시가 어려운 이유와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이 글의 핵심인 시를 읽는 방법을 위한 준비 단계였던 셈이다.


지금부터 시가 어려운 그대를 위해 시를 읽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시를 읽는 방법은, 시를 추상화 보듯이 읽는 것이다.


추상화를 처음 볼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선이 휙휙 그어져 있고 그 위에 점이 찍혀있을 뿐인데 뭘 보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상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저 그림 속에 담겨있는 점과 점, 선과 선, 물감과 물감의 조화를 보는 것이다. 거기서 뭔가를 느끼지 못해도 좋다. 그저 그 조화가 주는 느낌이 좋다면, 혹은 내 마음 어딘가를 동하게 했다면, 그건 분명 좋은 추상화일 것이다.


시를 읽는 원리도 똑같다. 처음 봤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해도 괜찮다. 단지 글이 나에게 무언가 전달하려 하고 그 힘이 느껴진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정말 내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좋은 시가 될 것이다. 어째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좋다.


우선 우리가 해야할 것은 시를 읽고 그 글 자체가 나에게 보내고 있는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성공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시의 세계에 첫발을 들이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시 또한 읽으면 읽을 수록 보는 눈이 생기고 어떤 게 좋은 시인지 또 어떤 게 나에게 맞는 시인지 알게 된다. 그전까지는 조금 어렵더라도 참고 읽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라. 장담컨대, 그러한 어려움은 시집 1, 2권만에 거의 사라져 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며 그다음부터는 시가 보여주는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아마 이 구절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1941년 지은 시가 8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는 걸 생각하면, 이것이 진정 시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학창 시절 습관 때문이든, 글과 안 친했든, 그냥 시가 너무 어려웠든, 어떤 이유든 시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던 모든 분들이 시 읽는 재미를 알게 되시길 바라며, 오은 시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맺음의 대신하겠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시를 읽는 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는 건 오만한 거잖아요. 그것처럼 시도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와 친해지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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