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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Feb 12. 2019

내가 알고 있는 맛이 그 맛이 아니다?

[ebs 다큐프라임] 맛의 배신 1부 - 건강을 부르는 향


독서모임이 끝나고 책방을 마감하니 어느덧 아홉 시가 넘은 시간

컵라면 하나와 양념치킨 삼각김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오랜만에 '맛의 배신' 다시 보기를 누른다.


내 앞에서 떡까지 야무지게 넣은 라면을 후루룩 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내가 보는 걸 함께 보고 있는

남편을 보면 정말 부부는 부부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나저나 건강 관련 다큐를 볼 땐 꼭 내입엔 정크푸드나 기름진 음식이 들어가 있는지

시각적인 효과에 더 이상 내 음식 죄책감은 반응하지 않나 보다. 다시 각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18년 5월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맛의 배신'

평소 무표정하게 다큐를 보던 나도 이날만은 호들갑 떨며 남편에게 '진짜 충격적이야'

하는 나를 보며 어느 정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시청 한 남편도 '정말 신기하더라'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니까 이 다큐는 평소 다큐를 보지 않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말.


'포도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리는 포도맛을 먹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제 포도의 맛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가짜를 진짜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잊고 있다 포도 대신 포도주스를 마시고 포도향이 첨가된 것들을 섭취하고 포도의 진짜 맛을 잊어가고 있다.


이것이 이 다큐에 빠진 시작이었다. 우리는 이제 곳곳에서 각종 향료와 합성 첨가물들로 이뤄진 식료품

들을 접하면서 산다.

복숭아 맛이 나는 술부터, 간장게장 맛 과자까지 이제 맛의 재연은 한계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머릿속은 가짜 향과 색상이 들어간 맛이라 생각해도 그 맛을 재연해냈다고

생각할 뿐 나는 단 한 번도 실제의 맛과 결부시켜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점점 내가 그 맛에 길들여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 다큐를 보며 무수한 사람들을 간 적 접으로 만난다.

자연에서 나는 모든 작물들이 늘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전국을 돌며 토종 씨를 모으고 개량하고 증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자연스럽게 바닷바람, 비와 햇살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는 한눈에 봐도 매끄럽고 건강한 잎사귀와

뿌리를 가졌다.

그리고 두 가지를 맛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지 시금치를 선택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또 한 번 실감했다. 그리고 영양소도 훨씬 높은 건 두 말할 것도 없이.



아무데서나 자라고 질기고 질긴 생명력으로 불리는 그 이름 '잡초'는

하나하나 이름을 가지며 풍부한 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배려가 필요하다 했지만 나는 속으로 인간은 정말 못 먹는 게 없구나 싶었다.)

어느 날 토끼풀 샐러드를 만들어 딸에게 만들어준 전문가님은

처음엔 어떻게 먹어? 하던 딸이 한 접시를 비우고 속이 편안하다며 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의 달라진 반응과 건강을 지켜보며 잡초에 대한 효능을 확신했다고 한다.



강한 향을 뿜어낸다는 것, 그것은 건강을 부르는 향이라고 했다.

특히 녹색의 채소에서 파이토케미컬에 최대치로 나왔는데 이 다큐를 보고 그래도 내가 변한 게 있다면

꼬박 양배추와 양상추, 브로콜리를 사서 끊임없이 챙겨 먹는다는 것.

(케일이나 다른 것들도 도전해보았지만 먹기 힘든 맛도 많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이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계절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를 가졌지만

과일과 채소들은 점점 그 맛을 잃어가고 그것들이 가진 영양소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야생의 맛을 위해 수렵, 채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에서 나는 그대로의 것을 먹으며 사는 삶, 자연이 주는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파머스 마켓에 가고 유기농을 사고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게 좋다.라는 무조건적이었던 나의 생각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이미 채소들은 본연의 맛을 잃어가고 농작물들은 옛 어르신들이

말하던 맛들 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승리를 잘하는 나는 이렇게 된 이상 꼭 유기농, 무항생제 고기,

달걀이 먹는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잘 챙겨 먹고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먹거리를 만들어 먹고 거기에 생각이 매몰되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고기보다 채식은 훨씬 힘이 있고 우리들은 건강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삶을 멈출 수 없다.

 

 건강한 식재료를 의식적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무엇이든 적당히 먹기로 했다.

그리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고기와 채소를 함께 섭취하고 너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탄산과 이 자극적이고 가짜 맛이 나는 것들을 왜 이렇게 맛있는가)

그저 적당히 서서히 중독에서 벗어나자.


풍부해질수록  건강과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걱정만 는다.

그 맛에 길들여지고 중독되어 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나는 그래도

이 다시 보기를 통해 남편과 흑미를 주문한다.


'딸기맛이 나는 것이 아닌 진짜 딸기를 먹으며 1부를 마친다.'

그래도 단짠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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