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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진 Apr 06. 2019

24. 때로는 남편의 구박도 필요하다.

4월 10일 마감일자가 뱅글뱅글 빨갛게 칠해진 달력을 보며 요즘은 한 달도 너무나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니 좋은 일이겠지?


무슨 글을 쓰더라도 마감일을 넘기는 게 제일 나쁜 거라 배웠던 나는 눈을 굴리며

'아직 며칠 남았으니 괜찮아' 하고 다시 태평한 얼굴을 한다.


주제가 정해졌고 전에 써뒀던 몇 줄의 글감이 있으니 아마 그거 믿고 까부는 게 아닐까 싶다.


한 달 전 구원이 필요해 읽었던 책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버틸 수 있는 글이 있으면 그것도 든든한 일이라고

문제는 글감이 많이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온라인 글쓰기도 착실히 하지 않고 있다. 하루 밀려버리는 통에 마음이 좋지 않다.

약속이 무섭다고 '벌써 글 쓰는 날이다' 하면서 블로그를 여는 걸 보면 확실히 혼자가 힘들 땐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게 장점은 크다.


룰루랄라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면서 속으로 '내일은 꼭 원고를 보내야지' 다리를 흔들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데 멀리서 남편이 그런다

'너 글은?'

'쓸 거야 내일'

'어디까지 했는데?'

'아직......'

'...'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웬일로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는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니 다시 자기 일에 몰두한다.


갑자기 왜 미안해지지? 좀처럼 별 참견을 안 하는 남편인데 아마 마감일이 다가오니 본인도 신경이 쓰였겠다 싶어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백지를 연다.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가 뭐라고 했지? 내가 읽었던 작가가 뭐라고 했더라'

그래 일단 쓰라고 했지..?

남편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일은 휴무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다. 아이 앞에서 머리 싸쥐고 만화 노래 들으며

글을 쓸 자신이 없다.


쓰려던 글감을 꺼내놓고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오!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부담 없이 써뒀던 글감을 가지고 채울 때 나는 왜 안정을 느끼는 건가 이 창조력 없는 녀석아


혼자 소리 내서 읽고 맞춤법 검사를 하고 파일을 정리하여 메일을 보낸다.

클릭 한 번에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리고 의기양양해져서 소리친다.

'아까 원고 보냈어!!'

남편이 묻는다

'이미지 파일은? 같이 보냈고?'

역시 철저하게 묻는 질문들


잘 받았다는 답장에 1차 안심에 갑자기 바깥 햇살이 아주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 때론 남편의 구박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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