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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Aug 11. 2018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너무 행복한 나도, 너무 불행한 나도, 그 모두가 나였다

나는 너무 행복했고, 나는 너무 불행했다.


모순과 모순 사이

나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아마 그건 '모순덩어리'일 것이다. 나는 행복해서 불행했고, 불행해서 행복했다. 행복을 겪지 않았다면 불행하지 않았을 테고, 불행하지 않았다면 행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둘 다를 기꺼이 겪어냈다. 행복의 순간에 불행을 걱정했고, 불행의 순간의 행복을 꿈꿨다.


이런 모순덩어리. 그래서일까? 나는 다중인격자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다른 모습들을 갖고 있다. 아주 행복한 모습과 아주 불행한 모습, 아주 좋은 모습과 아주 나쁜 모습, 아주 큰 모습과 아주 작은 모습, 아주 당당한 모습과 아주 비겁한 모습. 그리고 그 양극단 사이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모습들.


모순과 모순 사이를 채우고 있는 모든 모습들이 나였다. 


관계

모순된 나의 모습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모순되게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정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싫어하고 있던 사람도 있고,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이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한 사람을 대하는 나의 모습이 모순되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가도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흝겨본다.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다정하다가도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이 모습 중 어느 것도 내가 아닌 모습이 없다.  모순과 모순 사이를 채우고 있는 모든 모습들이 나였다. 


자화상

괴테는 이런 말을 했다. 


"젊은 시절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평생을 다해도 쓸 수 없는 자신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나는 지금 평생을 다해도 쓸 수 없는 나 자신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중이다.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결국은 다 내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모여서 나를 채워간다. 내가 많은 모습을 가질수록 나는 더 깊어진다. 


세상에는 1억 가지의 색이 있다지만 우리가 당장 말할 수 있는 색은 몇 없다. '빨주노초파남보'와 그에 관련된 몇 가지 색. 그리고 흰색, 검은색, 회색. 나는 삶을 내가 말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색으로 칠하고 싶지 않다. 조금 별날지라도 다양한 색으로 채워두고 싶다. 


삶의 끝에서 내가 그려온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온다면 그때 너무 단조로운 그림 말고 아주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그림을 보고 싶다. 울고 웃으며 지나온 나를 돌아보고 싶다. 




모순덩어리 일지라도 괜찮다. 


불안에 떠는 모습도, 걱정하는 모습도, 화를 내는 모습도 결국은 나다. 이런 모습도 괜찮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괜찮지 않은 것이 있다. 


내가 가진 모습 때문에 누군가를 상처 주면 안 된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것은 내 모습, 나의 특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상처 주면 결국 나도 상처 받는다. 나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 괴물이 아니다. 그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안에 많은 내가 조금 더 따듯하면 좋겠다. 



[출처] 파우스트(Faust) 1,2_괴테 글귀와 명언 / 존재한다는 건, 사랑이란 건, 젊은 시절엔,|작성자 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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