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차여행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후회로 가득 찬 그 순간들의 나는 때론 너무 행복했고, 때론 너무 불행했다.
행복한 순간도 후회로 남았고, 불행한 순간도 후회로 남았다.
후회
내 모든 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 모습도 후회되지 않는 순간이 없다. 행복한 순간을 왜 더 잡아두지 못했나 하는 후회, 불행한 순간을 왜 더 빨리 떨쳐버리지 못했나 하는 후회. 왜 행복한 순간에 불행을 걱정했나 하는 후회, 왜 불행한 순간에 행복이라는 막연한 미래만을 쫓았나 하는 후회.
후회는 마치 지나간 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처럼 나를 스쳐 지나간다.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도 돌이켜보면 작든 크든 후회가 남아있다.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어져 있는데 타고 가 때는 직진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있고, 그게 인생이 거죠."
그래. 그게 인생이다. 아무리 받듯 하게 갔다고 옳은 길만 갔다고 믿으며 살아도 돌이켜보면 그것 역시도 굽어져 있는 그런 것..
삶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되는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면 그건 아주 성공한 인생이겠지만 그런 삶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후회가 적은 삶이 있을 뿐.. 그것이 내가 매 순간순간 조금이라도 더 바르다고 믿는 길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비록 먼 훗날 돌이켜본 지금이 굽어져 있을지라도, 지금 내가 바르다고 믿는 길을 가야 한다. 비록 먼 훗날 돌이켜본 지금이 후회로 남을지라도, 반듯하게 반듯하게 지나온 나의 지난날은 분명 빛나는 기차여행의 추억일 것이다.
선택과 책임
기차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수많은 갈림길을 지난다. 인생 역시 그러하다.
어떤 길로 가야 내가 원하는 곳에 가 닿을까? 어떤 선택을 내려야 후회를 줄이면서 살아갈까?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나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 없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덜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자 애쓸 뿐이다. 내가 이렇게 애써가며 하나하나의 선택을 하고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이유는 모든 선택의 책임이 내 몫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나니 책임의 무게를 실감한다. 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내 선택이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을 때 책임의 무거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무엇인가를 책임져야 할 때 때론 두려움과 고통이 따르고 때론 아쉬움과 후회가 따른다. 그래서 나는 선택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었다. 내 선택을 타인에게 전가한 적도 있었고, 선택을 미룬 적도 있었다. 나는 아마도 그 선택으로 인해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고 모든 책임은 내 몫이었다. 내 선택을 도와준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비겁한 짓도 해봤고, 그들을 탓하기도 했다. 때론 왜 나를 말리지 않았느냐 떼쓰기도 했지만 결국은 선택과 책임 그리고 나 이렇게 셋만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선택하지 않는 모든 것이 정해진 삶을 살아가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마치 운명처럼 혹은 어느 작가가 완성한 어느 소설의 인물처럼 선택하지 않는 혹은 선택할 수 없는 삶은 어떤 삶일까?
처음에는 아주 편하고 좋을 것 같았지만 막상 그 생각에 다다르니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아마도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택 없는 삶 안에서 나는 꼭두각시가 되겠지. 내 삶이 선택 없이 그저 한 길로만 곧바로 나아가는 기차와 같다면, 나는 그것 역시 후회할 것 같다. 참 모순적이게도 그렇다. 결국 인생은 선택과 책임 그리고 안도와 후회의 연속이다.
비록 때론 실수하고 때론 후회할 지라도 선택에 책임지며 살아가는 삶이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