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희미해질 지금을 즐기기
과거
과거에 있었던 너무나도 생생했던 일도 시간이 가니 잊히더라. 그땐 죽을 것 같이 슬프고 때론 너무 행복해서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었던 순간들도 시간의 흐름 앞에 결국은 과거가 되고 지나간 일이 되어 점차 흐릿해진다. 잊지 않으려고 사진도 찍어 두고, 일기도 쓰고, 메모도 해 보지만 흘러가버린 시간 속의 순간들은 어느새 점점 더 과거가 되어 기억 저 깊은 곳으로 침전된다. 지나고 돌이켜보니 너무 슬프고 괴로웠다고 생각해왔던 순간들도 덤덤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너무 행복하게만 기억되던 순간들도 어느샌가는 그때도 다 좋았던 건 아니구나 싶더라.
시간이 약이다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헛웃음을 지을 것이다. 지금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거나,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혹은 친구를 잃었거나, 우울해서 죽을 것만 같은 사람에게 시간이 약이라니.. 그런 말을 한 사람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을지 모른다.
근데 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굳게 믿는다. 다시 말하면 나는 시간의 약효를 신뢰한다. 시간이 가니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순간들도 잊히는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껴봤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말 망각의 동물이구나를 실감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잊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우리 인간은 잊어가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잊지 못했다면 과연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때론 잊지 못한다는 것은 재앙이다. 잊지 못한다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채워진다는 것과 같다. 조금씩 잊을 수 있기에.. 그 덕분에 우리는 어려움을 버티며 살아가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더 멋진 추억을 만들어간다.
내게도 잊지 못할 트라우마가 있었다. 사실 아직도 있다. 아마 평생을 기억하겠지.. 그렇지만 정말 다행이게도 흐려지고 있다. 문득문득 내가 벌써 그 일을 이렇게나 많이 잊고 살고 있구나 싶다. 물론 행복했던, 좋았던 순간들 역시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힘들었던 기억들이 잊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옛말 하나 그른 것이 없다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지금을 즐기기
결국 시간은 흐른다. 모든 것이 결국엔 흐려지고 때론 지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젠가 과거가 되고 조금씩 흐려질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나다. 그리고 내가 있는 지금이다. 어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좋든싫든 지나고 나면 내가 살아온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될 지금을 살아가자. 조금 힘들고 아프면 그런대로 좋으면 또 그런대로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매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한 나의 인생이니까. 눈을 뜨자마자 틀니와 돋보기를 찾아야 하거나, 일어날 기력조차 없는 먼 훗날의 어느 날에 돌이켜 볼 오늘은, 지금은, 현재는 조금 슬프던 많이 좋던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에너지 넘치는 젊은 날의 한 순간"일 것이다.
그러니,
다만 조그만 욕심 부린다면,
돌이켜볼 오늘이 조금은 더 좋았던, 기뻤던 잔상으로 남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