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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May 13. 2016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언제까지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는 말을 믿으며

터널 속에 있는 나

나는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와있다. 이렇게 가다가 인생이 대체 어떻게 될까 싶은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상황은 불확실하고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다. 그러나 나는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게서 희망을 찾고 내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때로는 그 기대마저도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냥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지만 내가 울고 있는 사이 이 터널이 더 길어져버려서 이곳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냥 앉아서 울고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어떻게 될지 또 가족들은 어떻게 될지 모든 것이 두렵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합격과 불합격이 정해지지 않은 시험을 계속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매일 밤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과연 이 터널은 끝이 있는 것이 맞을까? 모르겠다. 아무리 아무리 고개를 빼고 몸을 숙여봐도 터널의 출구는 보이지 않고, 침침한 불빛은 겨우 눈 앞만을 내다볼 수 있게 한다. 


터널의 끝에서

이 길고 불안한 터널도 결국엔 출구가 있고 끝이 있다면,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터널을 나가면 빛나는 태양이 나를 맞아줄까? 우중충한 비가 내리고 있을까? 아니면 터널보다 더 캄캄한 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혹시 터널을 나가자마자 또 다른 터널이 있으면 어쩌지? 어렵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 터널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믿고 싶은 말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안에서 나는 내가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 나는 이런 터널을 계속해서 지나쳐야 하는지. 누구는 뻥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바람을 맞으며 멋진 드라이브코스를 달리고 있을 텐데, 왜 내게는 어둡고 침침한 터널만 계속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지독하게도 긴 터널의 어딘가에서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다.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
불행을 방치해 두거나 
아니면 용기를 내어 쫓아내느냐 
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로맹 롤랑-

속는 셈 치고라도 로맹 롤랑의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그의 말 대로라면 내가 이 불행을 끝내기 위해는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

용기를 내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네 가지 정도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 방법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고 결국엔 해낼 것이라는 나에 대한 굳은 믿음. 우리는 그것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나를 믿는 것이다. 도움 청할 곳 하나 없는 이 길고도 지루한 터널에서 내가 기댈 곳은 오직 내 어깨뿐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누가 나를 믿어줄까. 내가 나를 믿어야 용기도 낼 수 있고 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 셋째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아무 목표도 의식도 없이 아무리 터널을 달려도 이 터널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서 이 터널을 빠져나갈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씩 조금씩 계획을 실천해나가다 보면 이 터널도 끝이 나겠지. 마지막은 노력이다. 노력이라는 말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이다. 때론 노력이 신기루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결과를 찾으려고 헐떡이고 있는 사막의 방랑자가 된듯한 공허함과 허무함이 느껴진다. 노력이 마치 찾아도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샘 같은 순간에도 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앉아서 현실을 탓할바옌 뭐라도 해야 하는데 나는 노력을 택하고 싶다. 그래도 아직은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믿어보고자 한다. 


나의 계속되는 불행을 자신감 갖고, 나를 믿으며,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통해서 끝내고 싶다.



이 긴 터널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있었으면 하는 것은 많다.

무엇보다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 구름 한 점 없는 탁 트인 하늘 아래를 달리고 싶다.

다음에는 꽃도 보고 강도 보고 단풍도 보고 싶다.

나무가 무성한 숲길도 달려보고 싶고

수평선 끝까지 달려갈 기세로 바닷길을 지나고도 싶다.

때론 석양도 마주 할 테고

밤길도 달려야겠지..

비도 맞고 눈도 맞고 또다시 암흑 같은 터널도 지나겠지만 분명한 것은 터널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길은 이어지고 푸른 하늘과 꽃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터널 도지나고 밤길도 빗길도 기꺼이 달릴 것이다. 터널 속에선 빛이 보일 출구를 찾고 밤길엔 별을 찾고 빗길엔 운치를 즐기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자.


분명 출구에, 이 터널의 끝에, 불행의 끝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믿으며..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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