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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Dec 08. 2016

설악산에서 마주한 여명

#더 빛날 오늘을 바라며 

지난가을 설악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나를 위한 휴식차 떠난 등산이었다. 무박 2일간의 일정으로 20시간을 넘게 걸었지만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힘든 줄 몰랐다. 가을의 설악산에서 나는 평생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모습들을 수도 없이 눈마음에 담았기 때문이다.


단풍이 절정이던 10월의 설악산엔 선녀가 있다면 저기 내려가 목욕을 할 것만 같은 포와 작은 계곡 그리고 신선이 앉아 시를 읊으며 술잔을 기울였을 것 같은 비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새벽 3시의 소청봉에서 올려다본 하늘엔 별들이 수도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질 것 같이 많은 별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손을 뻗으면 저 별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하에 가까이 다가간 기분. 




그 밤하늘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수십 번이고 다시 오르고 싶은 소청봉이지만 내가 설악산을 다시 오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살면서 처음 마주한 여명의 순간 때문이다. 


천불계곡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가을 새벽,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선 듯한 싸늘함 뒤로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려는 순간 이미 어둠은 물러나고 또 새로운 오늘이 성큼 다가와선 인사를 건넨다. 

어둠이 걷히려나 하는 순간 벌써 동이 터오는 것이 마치 긴 터널을 달리고 있어도 저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금세 환한 밖을 달리는 것과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아마 빨리 이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지나고 행복한 순간이 오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이 투영돼서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너무 힘든 일들도 일순간에 끝이 나버리거나 지독한 고통이 금세 기쁨으로 바뀌기도 한다.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던 일이 잘 되기도 하고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비록 이 새벽이 너무 캄캄할지라도 결국 오늘의 해는 떠 오르고 나의 힘든 순간도 금세 끝이 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비록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와 있어도 곧 여명이 밝아 올 것임을 잊지 말자. 더 빛날 오늘이 곧 시작됨을 잊지 말자. 



사진 출처: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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