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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Dec 07. 2016

미련이 사랑되어 삶을 놔버리기 전에

#그리움을 알려준 이를 보내며

미련

너무 짧게 흘러가버려서 아쉽고도 아쉬운 인연이 있다. 그와의 인연이 이렇게도 허무하게 한 여름밤의 꿈으로 남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사랑고백 한 번쯤은 해봤을 텐데.. 내 마음 한 번 실컷 내보이지 못한 후회가 미련으로 남아 그리워했던 시간이 사랑했던 시간을 앞질러버렸다.  


너무 어려서 서툴렀던 순간들이 가슴 시리다. 함께 해보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그저 꿈같은 이야기로 남았다. 무모하게 좋아했기에 무모하게 그리워하고 미련하게 잊지를 못했다. 다시 그렇게 무모하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다시 누군가를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하라 수 있을까?


Grown up

내게 그리움을 알려준 이의 소식을 간간히 듣는 것은 즐겁고도 힘든 일이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참 많이 달라졌다. 아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탓이겠지.. 지금의 그는 과연 내가 알던 그 사람일까 하는 질문은 늘 나를 괴롭혔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은 그가 아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과거의 그일 뿐이다. 내 기억 속의 그는 내가 만들어낸 그리움 덩어리일 뿐이다. 


"철없던 우리 둘만 바라봤던 모든 게 아름다웠던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세월의 흔적 묻어있겠지. 자유로웠던 말투에도 조심스러워지겠지.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세월의 상처 묻어있겠지. 아름다웠던 추억들도 조심스러워지겠지."

몽니의 'Grown up'을 들으면 매번 그 사람이 떠오른다. 


우리가 언젠가 마주하는 순간이 올까? 내 마음을 내보이며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미련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10년이란 시간 동안 혼자 애태우며 그 사람을 그리워했다. 누군가를 만나도 마음 저 깊은 곳에는 그를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 나는 결코 이 그리움을 드러내 보일 수 없을 것 같다. "미련이 사랑되어 삶을 놔버릴까 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끔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를 떠올린다. 함께 노을을 등지고 걷던 순간이 떠올라 허한 마음에 그의 체취가 불어오는듯하다. 


예전엔 그를 꼭 다시 만나 전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시 만나서 옛이야길 하며 마주하는 것이 나의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고 싶던 말들도 시간에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인연이 끝났으면 그 사람이 더 행복하길 바라며 놓아야 한다는 것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됐다. 


이젠 이 미련한 미련도 그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놓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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