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시루 Aug 10. 2021

유아교육 전공자가 맘 카페를기웃거린 이유

맘 카페운영자가 들려주는맘 카페이야기

나는 어릴 때부터 "아기"를 참 좋아했다.

열 살 위의 언니가 낳은 조카를 얼마나 이뻐했던지,

조카가 집에 놀러 온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 될 정도였고

맨날 맨날 아기를 보고 싶어 안달복달했더랬다.


성인이 돼서는 길을 가다 아기가 있으면 한 마디라도 걸어보고, 

심지어 갓난아기는 "안아봐도 돼요?" 하며 안아보기까지 했다.

20대 초반 이야기다. 

그런 내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근무할 때도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래 너한테 참 잘 어울려. 잘 선택했어!"

격려해줬으며, 같이 근무하는 교사들조차

"방선생님은 참 애들을 예뻐해요. 대단해요."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를 아는 모두가  "너는 아기 낳으면 참 잘 키우겠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 또한 그랬다. 이렇게 작고 예쁜 생명체를 온종일 볼 수 있다니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첫째 육아는 정답이 없다는 것

 (교과서대로, 전문가의 조언대로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

둘째 아기 성향은 랜덤이라는 것

 (나에게 할당된 아기가 속된 말로 지랄 맞은 성격일 수 있다는 것)

셋째 24시간 아기와 온종일 같이 있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먹을 시간, 잘 시간은 물론 심지어 X 눌 시간도 없다는 것)


유난히 까다로운 기질의 첫 아이 덕에 호되게 엄마 신고식을 치른 나는 나날이 멘붕에 빠졌다.

자괴감이 들었다.


나 이 정도밖에 안 돼?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어떡해야 돼??


묻고 또 묻고 싶었다.


그때 찾은 곳이  "성동구 중구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맘 카페였다.


아기가 밤에 자꾸 깨요 

아기가 저랑 1초도 안 떨어지려고 해요

한번 울면 그칠 줄을 몰라요


라는 절박한 고민부터


아기 데리고 산책할만한 곳 없을까요?

아기 옷 저렴하게 살만한 곳 없을까요?


라는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친절한 "육아 언니"들은 같이 걱정을 해주고, 

토닥여주고 경험을 나누어주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눈감고 하는 것 같던 육아가 그제야 빛이 조금 들어오는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맞춤 씨앗_엄지공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