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린셰핑은 얼마나 추운 가요?
겨울이 가면 나에게도 봄이 올까?
나는 누가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물어보면 항상 겨울이 좋다고 답했다. 추위를 별로 안타는 편이기도 했고, 여름의 폭염으로 인한 땀과 벌레가 너무 싫었다. 거기다 여름엔 아무리 더워도 더 벗을 순 없는데, 겨울엔 추우면 옷을 껴입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겨울이 더 좋았다. 그래도 스웨덴에 오기 전에는 아무리 겨울이 좋아도 걱정이 앞섰다. 추운 것도 정도껏 추워야 좋은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했지.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북유럽 하면 엄청나게 추운 나라로 다들 생각한다. 이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주변 유럽에서 온 애들도 하나같이 똑같이 생각하는 스웨덴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스웨덴은 위아래로 굉장히 큰 나라이고,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남쪽에 거주하고 있어서 사실상 린셰핑을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그렇게 춥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추운 나라로 생각되는 스웨덴의 편견을 부서 보고, 겨울에 내가 겪은 린셰핑의 활동을 알아보도록 하자.
린셰핑은 다른 스웨덴 지방에 비해서 날씨도 좋은 편에 속하고 많이 춥지 않은 지역에 속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대전 같은 느낌이랄까, 스웨덴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연재해도 별로 안 일어나고 눈도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12월~2월 사이의 평균 기온은 -5도 ~ 0도 정도이며, 체감상으로 서울의 겨울보다 춥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웨덴 나라 자체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운 기온에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뼈가 시리는 추위를 느끼는 날도 가끔 존재한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서울에 살 때에도 정말 추운 날은 아무리 꽁꽁 싸매고 중무장을 해도 추운 날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도 그런 날이 있을 뿐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웨덴에 올 때 정말 두꺼운 패딩을 가져왔지만, 겨울이 다 지나갈 때까지 한 번도 입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냥 한국의 일반적인 겨울을 생각하고 와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웨덴의 명성에 걸맞게도 눈은 꽤 자주 오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 비해서 말이다. 스웨덴의 북부 지방으로 가면 눈이 항상 오고 모든 거리가 항상 하얗게 물든 풍경만 보게 되는 상황이 많은데, 린셰핑은 눈이 와도 많이 오거나 쌓이는 편이 아니고, 기온이 높아서 쉽게 눈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눈을 볼 수 있진 않다.
그러나 눈이 내렸다가 녹았다가 하기 때문에 안 좋은 점은 길이 조금 지저분하다. 스웨덴에선 눈이 내리면 매일같이 길을 청소해주는 분이 계시긴 하지만, 눈 때문에 자전거를 타거나 돌아다니기가 꽤 불편할 때가 많다. 린셰핑의 겨울 분위기는 아래 사진들을 참고해보도록 하자~
린셰핑 대학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것 중 하나가 땅굴이 있다!
물론, 진짜 땅굴이 아니고 그냥 지하도인데, 이게 특별한 이유는 린셰핑의 건물과 건물을 이 지하도가 이어 주기 때문에 정말 추운 겨울날에 건물을 이동하려면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이 지하도를 이용하면 된다. 그럼 한번 아래 사진을 따라서 린셰핑의 지하 탐험을 시작해보도록 해보자.
사실 지하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이런 지하로 갈 생각을 누가 할까? 사실 처음에 이 곳에 가려고 시도했을 때에도 밑에는 어둡고 컴컴해서 마치 직원만 출입 가능한 곳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혼자 갈 생각을 하면 꽤 무섭기도 한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한번 들어가 보자~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지하철 같은 분위기의 길이 쭉 이어진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양쪽에 그림들이 쭉 이어진다. 대체 언제부터 그려져 있던 것일까 궁금해지면서, 꽤나 엄청난 퀄리티를 가진 그림들이 계속 이어진다. 곳곳에는 학생들이 그린 것으로 예상되는 클럽의 마크들이나 설립 멤버로 추정되는 각종 싸인들도 보인다. 그리고, 공대라서 그런지 과학에 관련된 농담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모두 다 스웨덴어로 되어있어 무슨 말인진 잘 모르겠다 ㅎㅎ)
그렇게 가다 보면 지하도의 같은 풍경만 계속 보니 여기가 대체 어디야 싶을 때가 나오는데, 그럴 때 옆에 표지판이 있어 확인을 해보았다. 위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지하도는 A빌딩에서 시작해서 B빌딩, E빌딩을 지나 쭉 아래 Key 빌딩까지 이어져있다. 대학 입구인 A빌딩까지만 잘 오면 그 이후론 추위를 피해서 대학의 거의 모든 건물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수업이 대부분 B빌딩과 C빌딩에 많이 있어서, 평소에 C빌딩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수업을 들은 다음 A빌딩의 지하도를 통해서 B빌딩을 간다. 알아두면 참 편리한 길인 것 같다.
스웨덴은 역시 북쪽에 있는 나라답게 겨울 스포츠가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하키가 우리나라의 야구처럼 유명하기도 하고 스키나 스노보드도 스웨덴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스포츠들이다. 그런 스포츠 중에서 나는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길 기회가 생겨서 즐겨 보았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서 도착한 Hellasgården은 시민들에게 공개되어 있는 자연 아이스 스케이트장이다.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대여해서 자유롭게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보통 아이스링크장에서 대여하는 스케이트와 이 곳의 스케이트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신발과 날이 분리되어 있어 신발 앞쪽에 고리에 스케이트 장비를 끼우고 타는 형식이다. 약간 스키 탈 때 스키와 스키 부츠를 연결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담으로, 처음에 장비를 연결하는 게 생각보다 잘 안돼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아이스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본 적은 없었는데, 인라인 스케이트는 타본 경험이 있어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재밌었다 ㅎㅎㅎ
게다가 자연 속에서 진짜 얼음, 진짜 호수 위에서 타는 느낌은 아이스 링크장에서 타는 기분 하고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타다가 해가 질 때의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 스웨덴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만드는 아름다운 이 경치는 시간이 지나고 잊지 못할 것 중 하나일 것 같다.
스웨덴에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끝나가고 이제 봄이 오고 있다. 해도 서서히 길어지고 새로운 활동들이 시작함에 따라 내 마음도 점점 밝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스웨덴에 겨울에 여행을 올 생각이 있거나, 나처럼 공부를 하러 오거나, 교환학생을 오는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좀 더 스웨덴의 겨울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적은 건 린셰핑이라는 도시에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스웨덴은 확실히 추운 나라임에 틀림없고, 린셰핑은 나름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또 나름 린셰핑이 다른 유명한 대학에 비해 공부하기 좋은 장점이 되지 않을까?
다음에는 린셰핑에서 하는 데이트 코스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해보자. 나에게도 봄이 오길 기대하면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보거나 영화 보고 밥 먹고 커피 마시거나,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밥 먹거나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아무리 맨날 집에서 요리해먹고 집에서 술 마시고 집에서 영화 보더라도 가끔은 시내에서 사치를 부려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그럼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주세요~
Tack så mycket på den här gå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