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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Feb 26. 2017

스웨덴에서 술 마시기

System bolaget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이루어주는 신이 있다. 그건 바로 술의 신

처음 보는 사이에서 친구로, 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속에 담아놨던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도 하게 해주는 그건 바로 디오니소스의 가호를 받는 술이다. 오늘 밤에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술 때문에 울고 웃고, 각자의 인생에 추억 하나를 새기고 있을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하고 어떻게 친해지나요 라고 물어봤을 때, 스웨덴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같이 술을 마시라고. 스웨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려지기에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다가가기가 힘들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얘기는 그들과 술을 마셨을 때 180도 달라진다. 마치 평소 생활에서 쌓인 울분을 토해내듯이, 미친 듯이 마시고, 적시고, 토해놓는다. 아 물론, 말을 토해놓는다고...


나는 술을 좀 다른 사람들보단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무슨 알콜 중독자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닌데, 술 그 자체의 맛도 좋아하고 술자리도 좋아하고 알코올로 인해 좋아지는 그 기분이 좋다. 대학교 신입생 때는 술을 워낙에 많이 마셔서 사고도 많이 치고 흑역사를 생산해 냈던 기억도 있고, 취업을 하고 나서는 항상 긴장상태에서 있던 근무 시간 뒤에 찾아오는 소주 한잔에 삶의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가 특별하게 술을 많이 마시고, 언제나 술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스웨덴도 만만치 않게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기는 나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스웨덴에서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System bolaget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


1. System bolaget이란?

이미지 출처 : https://www.systembolaget.se/


System bolaget은 스웨덴에서 술을 독점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스웨덴은 세계 1차 대전 동안 술 판매가 제한되었고, 사람들은 특정 양의 술만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제한은 1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되어, 성별, 수입, 사회적 지위에 따라 술을 얼마나 살 수 있냐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수입이 없는 사람이나 기혼 여성들은 술의 구입이 금지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제한은 잘못되었다고 느꼈고, 심지어 금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술의 소비를 늘린다고 시위를 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술을 금지하자는 국민 투표를 부쳤고, 이 투표는 49:51이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여론은 술을 금지하지 말자는 쪽에 손을 들었다. 이러한 투표 이후에 정부는 System bolaget을 만들어 스웨덴에서 사람들은 오직 이 곳에서만 술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고, 이는 현재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린셰핑 시내에 있는 system bolaget


온갖 종류의 술이 모여있는 마음의 고향 System bolaget


그래도 이 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 완화되어 현재는 도수가 3.5 % 이하의 술은 System bolaget이 아닌 일반 상점에서도 구매를 할 수 있다. 그러니 다시 말해서 멀리 갈 필요 없이 맥주 정도는 집 앞의 Hemköp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Hemköp의 맥주 코너,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2. 술의 가격


System bolaget이 문을 열고나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스웨덴 내의 술의 소비는 확 증가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술의 소비를 규제하기 위해 술에 대해 세금을 엄청 때렸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술의 가격은 정말 정말 비싸다. 일반적으로 국내산이 수입산이 좀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데, 스웨덴은 수입산이든 국내산이든 그냥 다 비싸다. 스웨덴에서 유명한 술로는 Absolute Vodka 가 있는데, 여기 가격으로는 700ml 에 241kr, 약 3만 원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술을 구매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별 차이가 안 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술을 구매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기도 한다. 가까운 옆 나라 덴마크만 가도 스웨덴보다는 저렴하게 술을 구입할 수 있고, 독일에서 술을 잔뜩 사 오기도 한다.


그럼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술 위주로 가격을 한번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2017년 2월 기준)


1. Absolute Vodka 700ml - 241kr

2. Captain Morgan rum 700ml - 241kr

3. Bacardi white rum 700ml - 251kr

4. Baileys 700ml - 200kr

5. José Cuervo Tequila 700ml - 291kr



사실 뭐 술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술을 많이 아는 건 아니라서 적당히 어디선가 들어본 술을 많이 마신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술의 가격들은 조금 비싼 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브랜드 값이라는 게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 양주를 구입할 때 같은 보드카를 산다고 해도 브랜드마다 가격차가 심한 것처럼 이곳에서도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는 있다. 그래서 싸게 먹고 싶을 때는 그냥 종류만 확인한 후 가격이 제일 저렴한 아무 브랜드만 선택해서 마실 때가 많다. 그러니 저 가격은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3. 술을 마시고 싶을 때의 팁


그래서 종합적으로 술을 마시려고 할 때의 팁을 몇 가지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1) 술은 미리 사두자.

스웨덴에서 술은 보통은 파티를 하면서 먹을 때도 있고, 저녁을 먹고 나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할 때도 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잔 당겨서 마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술을 미리 사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Systembloget은 정말 문을 일찍 닫는다. 간단하게 맥주 정도야 집 앞 마트에서도 마실 수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리 사두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어 급하게 술이 당길 때를 항상 대비해두자. 특히, 일요일에는 아예 Systembloget은 문을 열지도 않는다.


2) 술은 이제 더 이상 술집에서 마시는 게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규정 덕분에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마실 수 있는 술도 제한이 되어있다. 물론, 그 규정 때문이 아니라 사실 가격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술집에 가서 부어라 마셔라 하기 힘들다. 스웨덴에서 술집은 그저 맥주를 적당히 마시러 가는 곳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술을 마시는 장소는 코리도어 파티를 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할 때 그 장소에서 마시는 것이다.


밥도 집에서 요리를 해 먹고... 술도 집에서 모여서 마시고... 이곳이 집돌이의 천국인가.

제 방에서 모이또 한잔 어떠세요?

3) Skål!

건배는 스웨덴 말로 Skål이다. 스웨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신입생 환영회도 있고, 각종 파티는 그 종류를 불문하고 술이 대부분 끼어 있으며, 술을 마실 땐 정말 죽어라고 마시고, 시끄럽게 떠들고, 같이 노래 부르고, 취해서 몸을 못 가누고 하는 우리나라의 매우 좋은 문화를 닮아있다. 스웨덴 사람들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와서 즐기도록 하자!


4. 끝으로

아마 이번 포스팅은 술은 안 마시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와 닿지 않거나 의미 없는 포스팅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나는 술이 삶의 윤활유로 작용한다고 믿기에 스웨덴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한번 포스팅하고 싶었다. 아 그리고 여기까지 쓰다가 꺠닳은 것인데, 스웨덴에서는 소주를 구하기가 많이 어렵다. System bolaget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고, 한인마트 같은 데서도 규제 때문에 술을 팔 수 없기 때문에 구할 수 없다. 만약에 스웨덴에 오실 일이 있다면 팩소주 왕창 사서 저한테 좀 팔아주세요.


그나저나 요즈음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바빠서 시간이 가는 게 무서울 정도이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기분을 매일매일 느낀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의 내용이 너무 부실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해해주세요. 다음엔 좀 정성 들여 쓸게요...


그래도 다음엔 스웨덴의 겨울에 대해 포스팅해 보록 하겠습니다.


2월이 다 지나가고 3월이 되면 이제 저에게도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춥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은 스웨덴의 겨울을 알아보도록 해요.


Hej då!

스웨덴의 겨울은 과연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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