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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Nov 30. 2017

학회에 나가다

Norcas Conference 2017

말로만 듣던 학회란 곳에 나가보다.

평소에 주변에서 석사나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계신 주변 사람들에게서 학회에 대한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의 연구 주제와 연관된 발표를 하거나 듣거나 하는 자리인 학회. 나에게는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학회를 이 곳 스웨덴에서 경험해보게 되었다.


이번 포스팅은 아마 석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찬 일이 아닐까 싶은 일, 학회에 나가고 학회 Paper를 작성한 경험에 대해 쓰려고 한다.


이전에 내가 진행했던 두 번째 프로젝트인 VLSI course에 대해서 소개한 적이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brunch.co.kr/@fedragon5/25


저 링크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으면 학회에 출품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의 프로젝트 성과가 꽤나 좋았기 때문에 우리 팀원들은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새로운 도전일 것 같아서 Paper를 써보겠다고 교수님께 찾아갔었다.


Paper를 제출하는 곳은 Norcas Conference, IEEE Nordic Circuits and Systems Conference이다. 이번 Norcas를 주최하는 곳이 우연하게도 우리 학교 Linköping University 였고, 이 학회의 주최자가 해당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님이셨기에 우리의 Paper 출품을 적극 환영하셨다.


그래서 이번엔 Paper의 작성 과정과 학회 참석 및 발표, 그 이후의 과정들에 대해서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1. Paper의 작성

Paper의 작성은 기본적으로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진행했던 Project를 그냥 작성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Project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스템 전체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시스템 자체는 우리가 새로 도입한 것이 아니고 현재에도 검색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한 것이 나오기 때문에 크게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Paper를 작성하려면 무언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거나 기존의 방법을 크게 개선한 부분이 필요한 법인데, 이 시스템 전체는 그렇지 않다는 게 주된 요지였다. 


그래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조교가 추천한 것은 전체의 시스템 중에서 한 부분인 Zero-Crossing Detector에 대해 집중적으로 적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이건 실제로 우리가 설계를 시작할 때에 현재 다른 페이퍼나 논문에서 다룬 적이 없던 분야라 처음 아이디어를 내는데 까지 꽤나 고생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Paper를 작성해도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좋은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주제라고 설명을 들었다.


여기서 잠깐 Zero-crossing Detector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가자면, 우리가 에너지를 모으는 Source가 Piezo Device라는 것인데, 이 기계는 기본적으로 AC current를 생성한다. 전기는 기본적으로 DC와 AC가 있는데, DC는 값이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한 것, AC는 시간에 따라 Sine wave를 그리는 것을 말한다. 이 AC 전류를 최대 효율로 모으기 위해서는 0점을 지나는 타이밍을 알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감지하는 것이 Zero-crossing detector이다.


사실 원리 자체는 일반 물리 시간에 전기 쪽을 조금만 공부했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본 원리인데, 우리가 시도한 "새로운" 것은 매우 매우 적은 에너지 소모로 이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Piezo device는 진동을 이용해 전류를 생성하는 장비라 기본적으로 전류 생성량이 정말 적다. 그런데 이 것의 효율을 올린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정말 극도로 적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했고, 그것을 구현해 낸 것이 우리가 만든 Zero-crossing detector이다.


여기서 더 설명하면 너무 복잡해지므로 그만 두기로 하고, Paper 작성에 대해 더 얘기해보면 작성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값이나 이론 들은 전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쓴 레포트에 나와있기 때문에 크게 더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제한된 페이지 수 (4~6 page)에 정보를 담아야 하고 주제에 맞는 내용들만 추려서 작성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이론적인 내용을 더 추가하거나 실험을 더 함으로써 내용을 작성해야 했다. 우리 그룹원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전문적인 paper를 작성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처음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프로젝트 때 작성했던 레포트는 30장이 넘어가는데 이걸 6페이지 이내로 줄여야 하니 더 막막하기도 했다.


더구나 우리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기한일이었는데, 학회가 10월에 열림에 따라서 Paper들의 제출 마감일은 8월 말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 그룹은 전부 국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방학 때는 모두 본인의 나라로 돌아갔었고, 나 또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Paper를 작성할 시간이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으로 다 같이 각자 파트를 나눠서 작성하기로 하고, 빠르게 1차 Draft를 만든 이후 조교들에게 조언을 얻어서 방향을 잡아가자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어떻게 1차 Draft가 완성이 되고 검토를 요청했는데, 우리에게 돌아왔던 것은 무지막지한 빨간색 코멘트들... 


위의 사진보다 사실 더 많은 코멘트들이 있었는데, 상당수는 언어 문제였다. 물론, 주제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아서 개선할 여지가 많았지만, 부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너무 Informal 한 문장들 혹은 태클받기 쉬운 문장들이 대다수였다. 우리 그룹원들 모두가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도 제 2 외국어이기 때문에 Academic 한 글을 작성한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번을 고치고 내용을 더 공부해서 추가해서 작성, 수정의 과정을 여름 방학 내내 진행하였다.


2. Paper가 Accept 된 이후 (Poster presentation 준비)

최종 제출을 하고 나서 며칠 뒤에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메일로 왔는데, 메일을 받고 나서 우리의 paper가 Accept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었다. 아무래도 첫 경험이어서 그런 거 인지도 모르고, 메일에 축하한다는 코멘트 같은 게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메일을 받고 조교를 찾아가니 정말 축하한다며 앞으로의 일을 즐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Norcas 에서 온 메일


물론, 학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할 일은 많이 늘어났었다.


먼저, Paper에 대한 평가자들의 코멘트들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물론, Paper는 이미 받아들여진 것이므로 이 사실이 번복될 일은 없지만, Paper에 부족한 점에 대한 코멘트들을 최대한 다듬어서 좀 더 질 좋은 Paper로 발행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리고 발표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우리가 한 발표는 일반적으로 학회에서 하는 단상에 올라가서 하는 발표가 아니라 Poster Presentation이었는데, 우리의 주제가 아무래도 석사생들이 한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규모가 작아서 그렇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ppt 같은 발표자료가 아닌 poster를 작성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Poster의 작성은 이미 6장으로 줄인 우리의 Project 내용을 이제 단 한 장에 담아야 했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 조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먼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그림 및 사진 자료를 최대한 많이 담아보았고, 그 자료 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간추려서 하나씩 보여주는 방식으로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조교의 도움을 담아 고치고 다듬고 아름답게 만들어서 완성을 했다.


3. Conference 당일

학회 당일, 살짝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고, 학회가 열리는 Konsert & Kongress로 향했다.


학회가 열리는 Konsert & Kongress

원래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참가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는 특별히 Linköping 학생이다 보니 그냥 무료로 학회를 참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처음에 Ericsson에서 온 초청 강의를 시작으로 제출된 Paper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학회에서는 정말 많은 paper들이 발표가 되었는데, 섹션을 나누어 듣고 싶은 발표를 선택해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 북유럽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고, 미국,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고 일본까지 많고 다양한 국가에서 발표를 진행하였다. (아쉽게도, 한국은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학회 한쪽에 부스가 마련되고 우리가 제작한 포스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실제로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로만 보다가 인쇄된 것을 보니 감회가 색달랐다. 발표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캐주얼하게 진행되었는데, 우리가 작성한 포스터 옆에서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오면 간단하게 설명하고 궁금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렇다 보니 좀 더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으로 얘기할 수 있었고, 긴장을 덜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의 교수님과 조교들도 같이 학회에 참석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편했다.


나와 우리 팀원 중 한명인 Madhur

그렇게 Poster presentation 이 끝나고 우리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발표하는 내용 중 80퍼센트 정도는 못 알아듣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들어 놓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앉아있었다. 발표 내용도 참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들이 있었고, 발표자들도 제각기 정말 잘하는 사람과 조금 미숙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우리가 발표한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주제도 있었는데, 그런 발표는 정말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4. Measurement

학회가 끝난 후, 며칠이 지나서 우리는 Chip 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측정을 시작하러 실험실에 모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PCB board와 IC chip이 완성되었다는 것인데, 측정을 위해서는 기판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실험을 어떻게 진행할지, 어떤 부품을 사용할지 회로도를 구성하고 측정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였다.


*왼쪽이 납땜하기 전 PCB board, 오른쪽은 납땜 이후의 PCB board 모습


가장 먼저 할 일은 납땜. 나는 대학교 졸업학기 때 졸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납땜을 한 게 나의 마지막 기억인데, 여기서 납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예전에 내가 실험에서 쓰던 부품들은 사실 굉장히 옛날 부품들을 썼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부품의 크기가 정말 눈으로 보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것들도 있어서 납땜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만큼 납땜하는 장비도 예전에 내가 쓰던 것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착각일지도...)


납떔 하는 모습


각종 부품들을 PCB board에 납땜을 하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메인, Chip을 세팅하는데 사실 PCB 기판 자체는 가격도 저렴하고 얼마든지 다시 제작이 가능하지만, Chip 자체는 그렇게 저렴한 부품이 아니기에 신중에 신중을 가하며 조립을 진행했다.


그래서 다른 전기 간섭을 막기 위해 점퍼도 벗어서 멀리 두고, 접지 장치를 팔목에 감아서 우리 신체를 접지 시킨 상태에서 Chip의 조립을 진행해야 했다. 솔직한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반도체로 이루어진 만큼 내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결함도 굉장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접지 장치
망가진 IC chip의 모습


그렇게 모든 납땜과 준비가 끝난 후 Piezo device와 여러 측정장치, 전압 출력장치를 연결하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측정은 Paper도 출품을 하였고, 학회에서 발표까지 한 것이므로 교수와 조교 모두 관심이 있는 것이어서 모두가 참석한 상태에서 서서히 전원을 넣어보았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게 만만한가. 결과 값은 우리가 예상한 결과보다 훨씬 낮았다. 물론, 작동 자체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효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몇 시간이고 계속 토론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측정 장비의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에너지 자체가 너무 낮다 보니 아주 사소한 장비의 영향으로도 결과 값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기적으로 어떻게 연결을 해야 이 영향을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다시 측정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이 발견되었는데, 그건 바로 노이즈 문제였다. 모든 전기적 신호는 노이즈가 생길 수밖에 없고, 아날로그 시스템 특히 이렇게 저전력 시스템에서는 노이즈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것을 원래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고려하고 설계를 진행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물론 조교들도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문제였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칩을 제작하면 최소 3개월이 걸리므로 새로 다시 만들 순 없고,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끝으로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정밀한 측정기구와 노이즈를 최대한 없애는 환경을 세팅해서 측정을 해보자는 기약을 남긴 채 우리의 측정은 종료되었다. 


측정하는 모습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작 자체에 문제가 없으므로 우리의 프로젝트는 성공이었다. 또한, 조교들과 교수도 조금 문제가 있긴 했지만,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남긴 것이라고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측정을 끝냈으니 문제점을 생각하기보단 우리의 성과를 축하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케이크를 사서 다 같이 이 모든 것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5. 끝으로 

아마 이번 학회에 참석한 일은 내가 여기서 보내는 석사 과정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쓴 Paper는 이제 곧 IEEE라는 기관에 정식으로 올라갈 것이고, 전 세계에서 내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정말 뿌듯했다. 게다가 Paper를 작성한 경험, Poster를 만들어 본 경험, 학회의 발표를 본 경험 등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피와 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북유럽에 오는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 오로라를 본 경험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바로 내가 이 곳 린셰핑에서 오로라를 봤기 때문에,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팁을 공유하려고 한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Hey då!


해가 너무 짧아진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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