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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Apr 25. 2019

박사 1주일 차

어리버리 박사생

이제 린셰핑에 복귀한지는 2주가 되고, 박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1주일이 되는 날이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키를 부여받고, 직원증을 받고, 각종 권한을 획득했다. 사실 저번에 말을 한 것처럼 일은 이미 시작을 해서 교수님과 적당히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할지 의논을 한 뒤에 사무실 한자리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HR 담당 직원분이 HR 관련해서 업무 규정 등을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여 설명을 들으러 갔다. 아무리 내가 여기에서 거의 3년 가까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 그냥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 박사생, 직원 신분으로 월급을 받는 입장이기에 대체 휴가는 있는지, 정해진 근무시간은 있는지, 월급은 언제 받는지, 병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너무 궁금했었다.


그리고 오늘 약속된 시간이 되어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나 말고도 새롭게 Research assistant로 일을 하게 되는 한 중국인과 같이 설명을 듣게 되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기억나는 특이한 점 몇 개를 뽑자면, 이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Union에 가입할 수 있다고 먼저 소개를 해줬다. Union 은 뭐냐면 쉽게 말해 노동조합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월급이나 근무 환경 등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가입한 union 이 있다면 그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법적 조언 등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학교도 Employer 입장에서 Union이 있고, 연봉 협상 등을 할 때에 같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일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박사생은 딱히 성과에 따라 월급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내규에 의해 (연차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게 되어서 굳이 가입을 해야 하나 싶긴 하지만 일단 생각은 해보고 있다. Union은 따로 정해진 곳은 없으며 수십 개가 넘는 Union 중에 본인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데에 가입을 하면 되는데 회원료가 있다. 그래서 Union 마다 혜택이 조금씩 다르며, 도와주는 범위도 조금씩 다르다.


두 번째는 휴가제도


여기에서 휴가는 신기한 게 나이에 따라 휴가일수가 다르다. 29살까지는 28일, 30살부터 31일, 40살부터 35일이라고 한다. 난 올해로 딱 30살이므로 (만 나이) 31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하하하 그런데, 박사생은 조금 특이한 것이 내가 원하면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보통 방학 때 휴가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휴가가 정해진 기간에 잡혀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여름에 2주 겨울에 1주 이런 식으로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phd 학생은 아무래도 수업 지도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 때 휴가를 쓰는 걸 권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해서 휴가를 안 쓰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는데, 최대 20일까지는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상 휴가는 내년에 쓴다던지 할 수 없고,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한다. 안 쉰다고 돈을 더 받거나 하는 제도는 없다고 한다. (한국 회사에선 있었는데... 하하)


세 번째는 근무 시간

박사생은 사실상 정해진 근무시간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규정상으론 8시에서 4시 반까지가 근무시간이지만, 뭐 학생이 그런 게 있겠는가... 그저 나에게 안내해준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상식적인 선에서의 근무시간에는 자리에 있을 것을 얘기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박사 생활을 하려면 매일 저녁 8시나 9시까진 학교에 있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연장 근무 수당 같은 것도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뭐 반대로 내가 쉰다고 해도 그냥 교수님께 말만 하고 쉬면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일반 직원들은 web portal을 이용해서 휴가일수를 체크하고, 복귀 날짜도 체크하도록 되어있는데, 박사생은 그런 거 없다고 한다. 하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나머지는 학교에서 추구하는 목표 같은 사실 쓸데없는 이론적인 얘기와 복지제도에 대한 얘기, 보험제도에 대한 얘기, 휴직에 대한 얘기를 또 해주었다. 내가 크게 다치거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거나 하면 휴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스웨덴 모든 회사에서 말하는 Equal opportunity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는데, 난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얘기하면 스웨덴의 차별금지법으로 7가지 항목에 대한 차별, 성차별(sex), 성소수자 차별 (transgender identity or expression), 소수민족 차별(ethnicity), 종교차별(religion or other belief), 장애(disability), 성 정체성(sexual orientation), 나이(age)에 대한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며, 만일 이런 종류의 차별을 겪거나 봤다면 바로 신고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월급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다. 세금을 제외하고 연금제도도 있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정 비율 연금으로 월급에서 나간다고 한다. 연금을 안 내고 그냥 바로 받을 순 없냐고 물어봤더니 법적으로 정해진 거라 그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본인이 원한다면 연금을 더 낼 수는 있다고 들었다. 은퇴하고 스웨덴에서 살 꺼라면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갈꺼라면 쓸데없는... 돈이다... 하하


아, 첫 월급은 5월에 나온다고 한다. ㅋ 혹시 4월에 주나 기대했었는데...


뭐 그런 정도로 설명이 끝났고, 다시 업무로 복귀했다. 근무 환경에 대해선 조금 더 팩트를 정리해서 나중에 자세히 써볼까 한다.


요즘엔 할 일은 있는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보통 8시에 학교를 도착해서 5시~6시까지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하는데, 누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사람도 없고, 언제 밥 먹어라 혹은 점심 같이 먹자 라고 하는 사람조차도 없고, 누가 퇴근했는지 안 했는지 알 세도 없이 나가보면 누구는 퇴근해있고, 누구는 남아서 더 뭔가 하고 있고, 나보고 언제 퇴근해라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좀 남아라 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긴 한데... 이렇게 자유로워도 되나 싶다. (솔직히 하루 이틀 안 나와도 아무도 모를 거 같다.)


한국에서는 칼퇴하니까 조금 남아서 더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욕먹었었는데... 어디 갈 때는 항상 보고를 해야 했고...


좀 적응이 잘 안된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을까? 내일은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가 배정받은 사무실. 이 큰 사무실을 혼자 쓰니 기분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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