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굳은 의지는, 집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기를 좋아했던 나를여러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받는 '종합 학원'으로 인도하게 되었다.
그때의 아이들이 그랬듯,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학원 친구들과 함께 생일 축하, 시험 전 후 스트레스 풀기 등의 핑계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이 많아서, 성적은 계속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학원에서외곽 지역에 있는 폐교로 1박 2일의 수련회를 떠나게 되었다.
맥주 마셔볼래?
수련회의 공식 행사가 끝나고 우리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선생님들은 다들 어디론가 사라졌다.) 해가 저물어 갈때 즈음에, 친구들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병맥주"였다. 병맥주를 따서는 종이컵에 쪼르르 따라서음료수 마시듯 꿀꺽꿀꺽마시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게도 종이컵이 주어졌다.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 '좋다/나쁘다'에 대한 개념도 없던 때였지만, 내 인생첫 술이다 보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 친구가 펄쩍 뛰면서, "어떻게 중학생이 술을 마실 수 있어?"라며 친구들을 향해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였다."에이, 이거 콜라랑 비슷해. 완전 음료수라고~ 아, 싫음 말던가~"라며 웃던 친구들은, 그 녀석이 화를 내거나 말거나 건배를 하며 신나게 술을 마셨다.
너는 술 안 마실 거니?
그 녀석이 평소에 좋아하던 여자애가 방긋 웃는 표정으로 물었다. 친구 녀석의 눈동자가 요란스럽게 움직였다. 그애가 건넨 종이컵을 받아 든 녀석은 짧은 고민 끝에 한숨을'후~' 내쉰뒤, 눈을 질끈 감으며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물론 나도 덩달아 비슷한 표정으로 맥주를 마시며 종이컵을 비웠다.
세상이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았고, 기분이 참 좋아졌다.
그 이후 기억이 났던 2가지 순간.
하나는 술을 어떻게 마시냐며 화를 내던 녀석이 취기가 오른 얼굴로 "드백아, 술 더 사러 가자~" 라며 편의점을 향해 앞장서던 모습,
다른 하나는 다들 취해서 어디론가 가버린 상황에서 '맥주로 머리를 감으면 염색이 된다'라는 말이 생각나, 맥주가 남은 병을 가지고 와서 수돗가에서 내 머리를 감던 나의 모습이다...
다들 취했고, 이윽고 고요한 밤이 되었다. 텐트 안에서 본 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별이 많이도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