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손잡이와 빈자리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차를 타는 동시에 빈자리가 있는지 훑어보았다. 사람이 꽤 있어서 앉을자리가 없었고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왼쪽 방향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앉을자리를 찾는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앉을 곳을 찾았다. 그녀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3자리 지나친 곳의 공석을 발견하고 서둘러 걸어가, 앉을 마음이 없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그녀를 눈으로 좇고 있다가 뒤늦게 그 자리를 발견했고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1. 현재 내가 처한 상황
2. 목표의 중요성과 적극성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사람마다 추구하는 상황이 조금씩은 다르다.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 소속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는 사람. 그 가운데에서도 항상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활동이 끝나기 전에 항상 그다음엔 어떤 일을 할지 미리 정했고, 규칙적인 약속과 일정이 있는 것을 추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셨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무력감을 느꼈다. 여유를 즐기며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건 주말이나 일요일 하루로 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갈급함이 없었다.
현재 하는 일이 끝나기까지 30일 남짓 남았음에도 그저 편하게 있었다. 재미가 없는 급한 일보다는 덜 급한 즐거운 일을 먼저 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앞사람이 앉아있는 자리에 앉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정체되어 있었다. 가끔 좋아 보이는 정보를 발견했을 때는 스스로 충분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시도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서 미적거리다가 이틀 전부터 준비했다.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손잡이를 잡은 채 위험한 상황인 줄도 모르고 안주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현재 나의 상황은 유지되는데 말이다.
안전하게 현재 상황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장기적인 내 안위를 저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앉겠다는 목표를 확고하게 가졌던 그녀와 같은 목표를 가졌지만 흔들리기 싫었던 나.
추구하는 목표가 같았지만 목표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태도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앉고 나는 처음과 같은 손잡이를 잡고 서있었다.
결국,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한 줄에 7명이 앉는 움직이는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목적지로 가고 있다. 물론 이 글을 공책에 정리하면서. 개인이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각각의 가치관의 문제이고, 당연히 정답이 없다. 그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적극적으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끊임없이 시도해서 실패하고,
더 빨리 넘어져서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