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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Mar 06. 2019

옷 사지 않기, 일단 한 달만.

주문한 코트가 품절이라고 했다. 나는 안도했다.


쇼핑몰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주문한 코트가 품절되었으니 해당 주문을 취소해 주겠다는 전화였다. 처음에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게다가 10일째 ‘배송준비중 상태였다.) 곧이어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카드값이 조금 굳겠구나공돈도 아니고 원래  돈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이로서 나는 이번 겨울에 코트를  하나도 사지 않은 셈이 되었다! 엄청나! 대단해! 이번 글의 도전 주제를 ‘ 달만이라도  사지 않기 정했는데 ‘ 코트 없이 겨울나기 바꾸어도   같다.


지난 2개월 간 나는 이렇다 할 외출복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얼마 전 시작한 요가를 위해 요가복을 두어벌 구매하긴 했지만 그것은 필수품이라고 주장해본다…) 사정이 있어 돈을 아끼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지만 두 번째 이유도 꽤나 중요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옷에 덜 휘둘리고 싶었다, 는 것이다. 매일 회사 업무보다 더 열심히 인터넷 쇼핑몰을 탐색하고, 팀원들이 새로운 예쁜 옷을 입고 오면 기민하게 살피고, 옷장이란 옷장은 다 열어 놓고 입을 옷이 없다고 불평하고, 모델이 입었을 때는 옷이 날개였는데 내가 입었더니 왜 그냥 날개옷을 걸친 ‘그냥 나’인지 우울해하는 그런 일들. 이 모든 것에 약간의 환멸을 느꼈던 참이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역시 나는 최대한 예쁘게 보이겠다고 차려입었지만… 원래 인간의 마음이란 모순적인 것이고 어쨌든 내가 지금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돌이켜보면 회사원이 된 이후 옷에 쓰는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마냥 어색하기만 했던 대학생 패션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진화한 것도 그때부터다.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고 나서 나의 꾸밈 비용은 줄어드는 일 없이 커져만 갔다. 예쁘게 꾸미고 놀러 가는 것은 항상 즐거웠고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부정적이었던 외모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알게 되고 나를 긍정하게 된 것이 너무 좋다. 그 시간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화장하지 않은 나는 여전히 못생겼고 옷을 사지 않으면 우울하다는 건, 결국 계속 그 꾸밈에 매달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언제까지? 가끔 작은 원룸 붙박이장에 가득한 옷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옷이 많든 적든 입을 게 없는 건 똑같다. 입만 열면 쇼핑 얘기뿐인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다가도,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다 닥치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계속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옷 사는데 써온 모든 돈을 절약해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겠다’라든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니 탈코르셋을 선언하겠다’ 같은 다짐은 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못 된다. 하지만 순간의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습관적인 쇼핑은 서서히 줄여보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무엇보다 꾸밈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 날개 같은 옷을 입는다고 내가 천사가 되지는 않지. 하지만 '그냥 날개옷을 입은 나'도 나름대로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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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도전 일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하찮은 도전 일기. 목표는 오로지 꾸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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