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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Feb 08. 2019

해먹과 물구나무

플라잉 요가 도전기


해먹과 물구나무

- 플라잉 요가 도전기



주로 받는 오해 세 가지. 술 잘 마시게 생겼다. (소주 3잔이면 온 몸이 붉어진다.) 영어 잘하게 생겼다. (꿈에서도 그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운동 잘하게 생겼다. 아마 내 인상이 좀 강하게 생겨서 그런 모양인데, 내가 운동신경이 전혀 없다는 말을 하면 열에 아홉은 몹시 의아해한다. 운동을 언제 해 봤더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성적표에 ‘공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던 이후로는 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를 해봐도 “지금 뛴 거야? 그냥 좀 빨리 걸은 거 아냐?”라는 말을 듣곤 했다. 아니 그렇게 못 한다는데 꼭 해야 하나? 단단히 빈정이 상한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과 베를린 장벽 수준의 담을 쌓아왔다.


그런데 최근에 뜬금없이 요가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가 되자마자 갑자기 허리가 아팠던 게 계기다. 타이 마사지도 받고 사우나 가서 몸을 지져보기도 했지만, 온 몸의 근육이 움츠러들다 못해 쪼그라든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되었다. 절망적이다. 드디어 몸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회사원 5년 차. 운동은커녕 하루 걸음 3 천보를 기록하면 다행인 사람. 몇 번 홈트레이닝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전력이 있기에, 어느 날 갑자기 근처 요가 학원으로 가서 바로 3개월치를 등록해 버렸다. 요가를 단순히 ‘스트레칭’ 정도로 알고 있었던 나는 깜짝 놀랐는데, 들을 수 있는 요가 수업의 종류가 열 가지도 넘었다. 눈에 띈 것은 단연 플라잉 요가. 해먹 위에서 하는 요가라서 맨 손으로는 힘든 동작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해먹을 당겨 엉덩이에 맞춰 대고 그 위에 사뿐히 올라앉는다. 그네를 타듯이 양손으로 해먹 윗부분을 단단히 잡고 배에 힘을 주어 뒤로 서서히 눕는다. 양다리 사이를 벌려 발목으로 줄을 감고, 그대로 손을 내려 아래로 상체를 늘어뜨린다. 마치 물구나무처럼. 이렇게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첫 동작이었다. 저보고 지금 이걸 하라고요? 아무리 해먹이 튼튼하다고 해도 거기에 거꾸로 매달리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하기는 했다. 겁이 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다음에도 계속 ‘어떻게 하기는 하는’ 동작이 반복됐다. 허둥지둥하며 간신히 따라 가는데 문득 옆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화로워 보였다. 어떻게 다들 이렇게 차분할 수가 있지? 나 혼자만 머리 위에 물음표를 열 개쯤 띄운 채로 첫 수업이 끝났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머리가 띵하고 조금 어지러웠다. 곧이어 이상한 흥분감이 들었다. 오늘 나는 생애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이상한 동작들을 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몸이 시원하게 쭉 늘어나기도 하고, 줄에 칭칭 감겨 마치 고문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 (친구가 ‘주리 틀기’라고 말했는데 너무 적절하다...) 가장 압권은 마지막 마무리다. 누에고치처럼 해먹 안에 폭 들어가 그냥 누워 있는 동작인데, 등에 닿는 바닥의 감촉이 없는 상태에서 해먹의 흔들림이 멈추면 거의 무중력 상태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이때 느끼는 편안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세상에, 고문이 끝났어!


해먹, 뜨거운 여름날 어느 휴양지 바닷가에서 맥주를 마셔야 어울릴 것 같은 단어인데. 해먹과 물구나무라는 다소 기묘한 단어의 조합을 알게 되었다. 언제든 무엇이든, 의외의 조합이 가장 재미있는 법. 언젠가 그 동작들이 주리 틀기처럼 느껴지지 않은 날도 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나도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듯이 평화롭고 차분하게 해먹에 올라야지.



무엇보다 스튜디오가 예뻐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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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도전 일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하찮은 도전 일기. 목표는 오로지 꾸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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