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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May 07. 2019

탈색과 퇴사의 상관관계

금발이 너무해?


퇴사 앞두고 탈색하기


언젠가의 여름날,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일은 미용실에 가는 거였다. “어딘가의 ‘직원에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해주세요.” 마치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각성  내뱉는 듯한 대사를 치면서. 웬만한 일반인은 시도하기 어려운 파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친구를 보면서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 퇴사를 하게 된다면  탈색을 해야지. 그리고 정확히 2 , 내게도 그날이 왔다.


아이러니한 일인지 아니면 잘 어울리는 일인지, 미용실에 간 날은 5월 1일 노동자의 날이었다. 마지막 출근일은 이틀 후. 퇴사를 이틀 남겨두고 굳이 미용실에 간 이유는 하루라도 탈색한 머리로 회사에 출근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눈을 흘기며 ‘쟤 뭐야? 머리 왜 저래?’하면, 그 옆의 누군가가 대답해주는 것이다. ‘아, 쟤 퇴사한대요.’ 그러면 더 이상 뭐라 하지는 못하고 내심 부러워하겠지. 바로 그런 반응을 원했다! 누군가는 관종이라며 혀를 차겠지만 어쨌든 부러울 걸. 머리가 노랗다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반항 아닌가?


미용실 선생님은 우려를 표했다. “아시죠? 탈색하면 앞으로 펌도 못 하시고, 색도 처음 색에서 2주면 거의 다 빠지거든요. 그래도 굳이 하고 싶으시면 뭐 하는데….” 예상했던 일이었다.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라는 말이 유행으로 소비되는 시대니까. 그러나 아무리 무서운 경고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몇 번이고 다짐했던 나는 “제가 퇴사를 하거든요.” 한 문장으로 그 모든 걱정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더 묻지 않고 내 머리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걱정이 없었을 리 없다. 머리카락이 많이 상할 거고 당분간 다른 머리를 하기도 어렵겠지. 게다가 내 얼굴에 밝은 색 머리가 잘 어울릴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자칫하면 90년대 아이돌 같은 ‘전사의 헤어’가 될 위험도 있다. 그래도 그냥, 하고 싶었다. 사실 퇴사를 결심하면서부터, 브런치에 도전 일기를 쓰면서부터 나의 모든 행동과 결심은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그냥 해보자. 마흔이 되어서 내가 그때 왜 안 했지, 하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마흔에는 마흔의 즐거움이 있을 터. 하지만 그때 그 즐거움을 알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그걸 축적해놓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삼십 대에 들어선 내가 지금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건 그런 시도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쯤이야 뭐, 망해도 뭐 다시 염색하거나 자르면 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시 자란다. 인생은 두 번 세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일들 투성이인데 이 정도면 단언컨대 해볼 만한 일이다. 내 상상처럼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뒷모습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나는 금발 머리를 한 채 회사에 마지막 안녕을 고했다.


안녕, 고마웠어. 이제 나는 새로운 곳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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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도전 일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하찮은 도전 일기. 목표는 오로지 꾸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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