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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치니 Jun 04. 2024

내가 해본 12일 동안 글쓰기

Day 6 :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들

"오늘은 집에 좀 있자."

짜증과 장난 섞인 말투로 와이프에게 말했다. 나에게 말도 없이 아이들과 약속을 잡은 와이프가 밉다. 모처럼 쉬는 날 집에 있고 싶은 몸뚱아리를 이끌고 샤워 하러 들어갔다. 저 말을 뱉으면서도 머릿 속에는 '오늘은 애들하고 무엇을 하면서 놀아주지' 라는 생각을 한다.

3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일이 바빠져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피곤하고 힘들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시간 이였다. 그만큼 우리 딸둥이들에게도 와이프에게도 힘든 시간이였을 것이다. 한 집의 경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자.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져야하는 아빠'이다.


"그럼 자기는 집에서 쉬든가, 우리끼리 갔다올께"

씻으려 가는데 굳이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은 내가 '그래 그럼'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하는 말이다. 부산에 부모님 댁에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1시간 거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지만 나름 왕래도 있어서 쉬는날 '또 엄마집에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기분이 설레이긴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K가요'를 듣는데 나도 모르는 노래들이 많이 있었다. 와이프도 같이 따라 부르고, 나름 신이 났다. 도로도 차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려주었다.


"저희 왔어요."

"은희, 수지 왔나?"

물론 우리 엄마 이지만 이 순간은 우리 엄마이기보단 아이들의 할머니다. 전혀 질투가 나지 않는다.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만 치던 큰아들의 자식을 밉기라도 할텐데 저렇게 좋아해주니 말이다.

"아빠는?"

"목욕탕가셨다. 조금 있다가 오실꺼야."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침대가 있는 방으로 가서 나는 누웠다. 피곤은 했고, 사실 집에 오면 나는 할일이 없다. 아니 할 일을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없는 것이다. 와이프는 오자마자 인사를 하고 앞치마를 맺다. 굳이 부엌에 할 일이 없는데 습관인 듯 했다. 그런 와이프가 감사하다.


"할머니 오늘 어디갈꺼에요?"

"오늘 저기 공원에 가보자."

아이들과 엄마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하. 오늘 많이 걷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나들이라서 그런지 나도 피곤함 보다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걸어다니 재미는 있었다. 아니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가 맞는 것 같다. 웃음소리, 재잘 거리며 이야기하는 소리, 재미나서 소리 치는 소리, 분명 걷고 있는데 힐링이라는게 되었다. 아이들은 정말 '삶의 원동력이다.'

저녁 시간이 되었고, 항상 부모님 집에 오면 가는 고깃집으로 갔다. 그 곳은 아파트 상가에 있는 곳이라 항상 사람들이 분비었다. 가게 사장님도 우리 딸둥이를 알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의 일기장을 들어 보니 나름 좋았던 것들만 적어서 인지, 기쁘고, 설레고, 감사하다는 문장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일한다고 회사에서 집으로, 집에서 회사로 만을 반복했던 나인데 아이들과 함께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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