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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의 이자까야 Jul 11. 2018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좋은 삶의 정의, 굿라이프

좋은 삶을 묻는 질문에 객관적인 답을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좋은 삶은 돈을 좇는 삶입니다", "채식을 하는 삶이 좋은 삶입니다"와 같이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그대로만 살면 죽기 전날 "좋은 삶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책이 있어서 소개하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삶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선생님 같은 책이다. 

책 제목도 자극적인(?) '굿라이프'이다.





저자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좋은 삶에 대한 저자 개인적인 기준을 하나의 예시로 제공함으로써, 독자들 스스로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보기를 권장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크게 세 카테고리로 좋은 삶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행복한 삶, 의미 있는 삶, 품격 있는 삶이 그것이다.



1. 행복한 삶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우리가 '행복(幸福)'이라는 문자의 뜻에 매몰된 나머지 그 참된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운을 뗀다. 자연재해, 질병, 권력자의 횡포 등 재앙을 미리 예측할 수 없던 과거 시절에는 제 한 몸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거의 행운의 영역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자신도 모르는 어떠한 이유로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건강하고 잘 살게 되면 그것이 바로 복된 운수, 즉 행복이라는 말로 표현되었으며 그 의미가 현재까지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Happiness라는 단어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뜻하는 Hap에서 기원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행복은 행복의 조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A 하면 행복할 거야"에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 안 하고 A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스스로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보자. 가족이 화목한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좋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 등과 같은 행복의 조건들만을 이야기하고, 정작 행복 경험 자체의 본질(감사, 희열, 뿌듯함, 경외감 등)은 생각의 뒷전에 있지 않은가? 행복의 본질을 모른 채 남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조건들만 추구하다 보니,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오히려 강박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행복하다'라는 감정은 없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행복한 감정을 측정할 때에 PANAS(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라는 도구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다고 하는데, PANAS는 일정 기간 동안 한 개인이 경험한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의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이다. 긍정 감정에는 관심 있는/신나는/자랑스러운/영감 받은 등의 감정이 있고, 부정 감정에는 괴로운/화난/죄책감 드는/조바심 나는 등의 감정이 있다. 즉 심리학에 따르면 보다 많은 긍정 정서를 경험하면 '행복한'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감정 상태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정을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개별적 감정이라고 좁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굿라이프, p37>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없다. '행복한 감정'이라는 별개의 최종 보스 같은 감정은 없다는 말이다.

행복은 일상적이라는 인식과 긍정 정서를 더 많이, 자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상태에 놓이는 것이 결국 행복한 삶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2. 의미 있는 삶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물은 모든 행동을 생존과 번식(음식, 섹스, 친밀한 관계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순간의 즐거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기(experiencing self)와 기억하는 자기(remembering self)라는 개념을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자기가 있고,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가 있다. 카너먼은 우리에게 이 두 가지 자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 당장은 오해받더라도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것,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는 것은 모두 경험하는 자기의 행복을 희생하더라도 기억하는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굿라이프, p144>


즉, 경험하는 자기는 지금 현재의 만족과 기분을 추구하고, 기억하는 자기는 삶 전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경험하는 자기(쾌락)도 중요하지만 기억하는 자기(의미)의 부재는 인간으로서의 굿라이프가 성립될 수 없다. 책은 모든 인간은 시간의 중재 안에서 이 둘 사이를 오가며 균형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삶이 굿 라이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삶은 YOLO(you only live once)이면서 동시에 YODO(you only die once)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의미'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은 의미란 크게 4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중요성: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모든 것

 2) 유용성: 자신의 행위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것

 3) 이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

 4) 정체성: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좋은 일이란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는 일이다. 자신의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삶, 즉 소명이 이끄는 삶이 굿 라이프다.   <굿라이프, p199>


'의미 있는 삶' 파트는 자신의 일이 어떤 일인지, 왜 하는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봄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3. 품격 있는 삶


심리학이 발견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중심성이다. 인간은 자신이 세상의 보편적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한다. 자기의 생각, 기호, 가치, 정치적 성향이 지극히 상식적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공유되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 이 세상은 나를 포함한 상식적인 다수와 비상식적인 소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굿라이프, p229>


세상엔 두 부류의 어른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는 어른과, 시간이 흐를수록 꼰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사는 어른. 저자가 말하는 굿라이프는 후자의 삶에 가깝다.


앞서 말한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는 삶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많다. 그중 으뜸은 타인의 행복이다. 타인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품격 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 비록 그런 자기 성찰의 노력이 우리를 곧바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삶에 품격은 더해줄 것이다.   <굿라이프, p266>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No라고 대답하는 삶이 바로 덕스러운 삶이자 품격 있는 삶이라고 하며 이것이 굿라이프를 구성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서로 다른 행복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 누구도 절대 행복이라는 개념을 제시할 수도 강요할 수도 없다. 내가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나로부터 나온다. 저자 역시 맺음말에 "이 책은 하나의 예시이며 독자들 스스로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기를, 독자들만의 자작곡을 꼭 만들어보기를 권한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고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당신만이 작곡할 수 있는 행복의 자작곡을 만들어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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