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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세동 May 26. 2023

학교와 B2G 사업을 한다는 것Ⅰ

차세동의 표면

청소년을 타겟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할 때,

학교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

모든 청소년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거쳐가는 곳이며,

심지어 모든 청소년들이 그곳에서 하루의 1/3 많게는 1/2까지 할애하기에

학교만큼 청소년 타겟 비즈니스를 펼치기 좋은 곳은 없다.

단순히 생각할 때는 그렇다.


그가 학교와 B2G 사업을 만들어가며 느낀 지점들을 공유해 본다.

다른 B2G 사업은 모르겠으나 학교를 상대로 B2G 사업을 키워간다면

그는 학교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히 학교 구조에 익숙하고,

학교의 업무처리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 사업과, 각 아이템마다 분명히 다르겠지만

그가 느낀 바는 다음과 같았다.




학교의 수는 너무나 많고,

학교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며,

학교는 변동성이 크다.

그리고 애초에 비교적 보수적인 필드이다.


한 문장 씩 짚어보자.


학교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학교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곧 시장 사이즈의 거대함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때문에 이는 반대로 단점으로 작용한다.


학교의 수가 많다는 것은 비즈니스를 벌여야 할 각 주체가 많다는 것인데,

이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학교, 한 학교 영업과 증명과 검증과 운영의 반복적인 과정은 고돼도 너무 고되고,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비교적 기술적용이 더딘 필드라서

때로는 기술의 힘을 빌릴 때 오히려 리소스와 비용이 증가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힘을 빌려도 마찬가지, 들어가는 리소스와 비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차세동과 동료들은 퀄리티를 타협 볼 수 없었다.


최대한 리소스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그러나 효율과 퀄리티는 극대화하는 기가 막힌 '기술과 사람들의 리소스 투입 지점'을 찾아야 했다.

(차세동과 동료들은 이제야 그 지점을 찾은 듯했으나 아직 그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혹자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니까 학교들이 묶여있는 교육청 단위 비즈니스를 해야지!' 




차세동과 동료들은 당연히,

점차 교육청 단위 비즈니스를 수행했다.

해당 필드에서 부단히 많은 수단과 방법들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이 느낀 것은 역설적으로 또다시,

학교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교육청 단위로 하향식 사업을 벌일 수 있으나 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조금 더 학교 차원에서 적절하고 효율 높은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각 학교 별 해당 사업에 대한 결정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는 곧 학교 별 교장선생님들의 결정을 뜻한다.

즉, 학교 별 교장선생님이 각 학교별 결정주체가 되며

이는 또다시 각 학교 별로 비즈니스를 수행해야 하는 늪이 된다.


그 와중에 변동성은 또 크다.

암담하게도 교장선생님은 결국 바뀐다.

교육청의 담당 공무원도 바뀐다.

우리 사업을 담당하던 각 학교 부서 선생님도 바뀐다.

각 학교 부서 선생님들이 부서만 바뀐 것이면 몰라도 주기적으로 다른 학교로 이동하신다.


주기적으로 고객이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적절한 아카이빙과 인수인계 없이 담당자가 바뀌었다면,

함께 했던 기관도 신규 고객이 되어버리는 구조다.

물론 다르게 보면 결과로 증명하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사업이 자동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처음 사업을 함께했던 기존의 기관과 그들과 함께했던 선생님이 이동한 신규기관 모두 고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곧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고 좋은 평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이 자동폐지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차세동과 동료들은 늘 좋은 결과와 지표, 끈질긴 생명력과 인내심을 지녔다.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래도 쉽지 않아'


사실 그들에게 우호적인, 혹은 함께 사업을 벌인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 간다면

다른 학교 또한 자동적으로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선생님 또한 이동을 하게 된 이상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게 되며,

해당 선생님의 권한에 따라 해당 사업은 책상 위에조차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원인으로는 다양한 영역들이 얽혀 있는데

우선 정책과 기타 교육이슈에 따라서 할당되는 예산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들 수 있다.

A라는 분야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다가도

다음 해 A라는 분야가 사라지기도, 통합되기도, 다른 분야로 이름을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와의 B2G 사업 난이도를 더 불량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A라는 분야라도 학교마다 A라는 분야와 활자를 다 다르게 해석하며

때로는 교묘하게 A라는 분야의 예산을 그것과는 다른 B라는 분야에 

실질적으로 예산이 활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무리 우리의 '팬'에 가까운 선생님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이동하실 때마다 각 학교들이 우리의 고객이 되기를 자동적으로 기다리기는 어렵다.


물론, 이와 동시에 새로운 학교들에 대한 영업과 운영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애초에 비교적 보수적인 필드인 학교에서

한 학교를 영업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기 일쑤이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교육'이라는 분야는,

아이들을 다루는 만큼,

퀄리티뿐 아니라 안전과 교육적 의미, 기타 다른 의무적인 영역들이 덕지덕지 붙는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의 B2G 사업에 얽힌 결정주체 또한 기이한 구조 속에 각자의 의견을 덕지덕지 덧붙인다.

때문에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남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더 설명해 보자.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남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회사구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각 결정주체들의 의견들이 덕지덕지 붙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 결정주체는 동일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해당 제품의 가치 증대'


하지만 학교와의 B2G 사업은 다른 이야기다.

퀄리티뿐 아니라 안전과 교육적 의미, 기타 다른 의무적인 영역들이 덕지덕지 붙는 것도 리스크인데,

학교와의 B2G 사업은 결정주체의 구조부터 큰 리스크를 안다 못해 거대한 리스크 속에 깔려있다.


돈은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내지만,

수혜는 아이들이 받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진행 유무는 부모님들의 의견이 종종 극한으로 발휘된다.

게다가 회사와 동일하게 각 학교 별 부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 등의 추가적인 의견붙임은 덤이다.


고객이 돈을 내고, 그 고객이 수혜를 받는 구조만으로도 고려해야 할 것 투성이에 머리가 복잡한데

학교(교육청)-부모님-학생의 세 주체가 기가 막힌 동상이몽을 발휘하다 보면 사업의 초점은 갈피를 잃는다.

갈피를 잃은 채 덕지덕지 붙어버리는 각 결정주체들의 의견은 사업을 기이하다 못해 해괴하게 만든다.


그래서 차세동과 동료들은,

때로는 눈과 귀를 막으며 '아이들'만을 생각했고 늘 극한의 퀄리티를 뽑아내왔다.

반은 통했고 반은 통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만족도나 효과 지표에서 99%를 기록하면서도

비아냥 섞인 의문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이었다.


아이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충분히 난이도가 높은데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맹인모상의 꼴로 주창하는 학교와 학부모들까지 합세하면

학교와의 B2G 사업 난이도는 극악이 되어 있곤 한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수행하는 것이

학교와의 사업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방향임에도,

종종 학교와 학부모들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서 그 방향이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이라며 포장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마다 그들은 참 난감해했다.

(물론, 통찰력 있는 분들의 값진 인사이트를 얻을 때도 있으나 모두가 경험해 보아서 알다시피 학교에 '좋은 선생님'만 계신 것도 아니고 '좋은 부모님'만 계신 것도 분명히 아니다.)


더불어 그들은 강조한다.

'아이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낭만과 객기로 지은 아지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청소년들의 수요에서 '공간'은 항상 빠지지 않지만,

그들에게 활자 그대로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은 미련한 일일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공간'을 외치지만

'공간'보다 '시간'을 갈구하는 것이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청소년들의 목소리 속에서 진정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노련한 인사이트와 실력 있는 콘텐츠/프로그램 기획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리액트를 이끌어낼 운영능력 또한 필요하다.

때문에, 그들은 오랜 시간 99%의 지표를 만든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업이 반은 통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들을 몇 년이고 당면하고

수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당면한 문제들을 타개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이상 좌절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해결 가능하고, 타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설령 그들만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절대 스타트업이 기대하는 속도감 있는 파급력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느낀 '학교와 B2G 사업을 한다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부터 매우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찾았다 하더라도 그 실마리는 매우 더디고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했다.

비즈니스를 통해, 학교라는 청소년 타겟에 있어 최고 매력적인 필드를 찾은 그들이었지만,

학교라는 최고 매력적인 필드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만큼은 만족스러운 속도감이 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경험한 오랜 현장이었다.

학교와의 B2G 사업에서 그들이 현장에서 배운 비싼 가르침이었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새로움보다는,

때로는 상투적인, 모든 결정주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해당 필드를 공략하는 적절한 비즈니스로 작용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이 모든 과정 속 비즈니스에서의 교훈이라면,

학교와의 B2G 사업에 있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새로움을 추구해보고자 한다면,

학교와의 B2G 사업에서 파생된 여러 계획과 흔히 제시되는 TAM-SAM-SOM들이

그 지표 자체로 얼마나 온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곳은,

현장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 사이 거시적인 관계망과 미시적인 역학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객들과 관계 당사자들은 어떤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역학과 관계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지.

그 환경 속에서 개개인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 속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 판단이 발생하는지.

그들이 정녕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해당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들, 그리고 그 구조는 어떻게 얽혀있는지.

다른 필드도 마찬가지겠으나

학교와의 B2G 사업필드는 뜯어보아야 할 것들이 분명하게 많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든,

결국 싸움은 이러한 현장에서 직접 뜯어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 만큼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1. 그가 겪은 어려움일 뿐, 정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니, 누군가는 혁신적이고 기가 막힌 비즈니스를 가져올지 모른다. 늘 그러한 작은 희망을 품는 그는 그 누군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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