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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진 May 28. 2021

슬픈 나무는 멈춰있다

열셋

<그래 그래 피었구나> 기억난 일이 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꽃이 예쁘지 않다고 하던 시기, 나는  유치원에 '역할극 수업' 촬영하러 갔다. 아이들은 나무 분장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바람이 불면 몸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요?"

아이들이 대답했다.

 "휙휙 타닥타닥 나뭇잎 소리가 나요."

"밤이 되면 나무는 잠을 자나요?"

"아니요 나무는 잠이 없어요."

"눈이 오면 나무는 춥나요?

"겨울엔 잎이 다 떨어져서 추워요. 하지만 딱딱한 몸으로 추위를 이겨내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나무를 흉내 냈다.

잎이 풍성한 나무, 착한 나무, 새가 집을 지은 나무, 아픈 나무 등등. 그중 한 아이는 자신이 '슬픈 나무'라고 했다.   



아이가 말했다.

"슬픈 나무는 멈춰있어요."

"그럼 그 나무는 죽은 거니?"

"죽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요."

선생님이 물었다.

"죽지 않았는데 왜 흔들리지 않아?"

"바람이 부는 걸 알지 못해서 흔들리지 않아요."

"그럼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그 나무는 어떻게 하니?"

아이가 답했다.  

"슬픈 나무는 계절이 변한 걸 몰라요."  



여러 나무로 분장한 한 아이들은 바람이 불면 몸을 흔들었지만, 슬픈 나무 역할을 한 아이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그 슬픔을 아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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