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어른
평소보다 따뜻했던 작년 12월의 어느 겨울 밤, 모두의 등골이 서늘해지고 긴장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계엄'
고등학교 한국사 시간 이후로 들어본 적도 없고 나와 상관 없을 것 같던 그 단어가 TV와 SNS에 보도되었다. 사실 계엄이란 단어의 뜻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네이버 지식 백과에 검색한 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계엄의 밤은 짧았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국가적 위상과 경제는 한순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의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대통령과 그의 영부인, 동조자들에 대한 비난을 서슴없이 표출하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치적 상황과 흐름을 잘 아는 분이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어떠한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수습이 되면서 일련의 사건들의 내막이 드러났다.
분명하게 얘기하지만 지금 하는 얘기는 정치에 관한 날선 비판이 아니다. 아니 정치 얘기도 아니다. 단지 우리 사회에 이상적이다 못해 일반적인 어른은 없는 것인가 의문과 한탄을 하고 싶다. 계엄을 선포한 전 대통령도 나름의 명분이 있었고 계엄을 비난하는 여론 및 사람들도 이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중요한건 계엄을 두고 하는 왈가왈부가 아닌 권력의 유지와 탈환을 반복하는 정치인들, 권력의 눈먼 사회 단체들의 개걸스러운 개새끼같은 행위가 일반인의 시선에서조차 느껴지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회를 대표하고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일원인 동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위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은 발가벗겨 놓고 대도시에 내동댕이 쳐진 몸뚱아리보다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김장하'를 아는가.
경남 진주 한약방을 운영하던 한약업사 김장하 선생님은 보통의 어르신들처럼 흰머리에 주름이 많은 일반적인 사람이다. 단지 남들보다 특별한 건 일평생 동안 수많은 사회 운동과 자선사업으로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인터뷰 한번을 하지 않았다. 정계에 대한 주변의 소리엔 지역 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헌신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대답을 하는 그저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늘 접한 그의 이야기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나에게 울림을 주고 이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 동시에 그와 같은 사람이 더 많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이상 사회에서 주는 혜택과 보살핌을 요구하는 참새새끼인 시절은 지났다. 이제 좋은 어른을 기다리기보다 좋은 어른이 되어야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김장하 선생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최소환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알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그런 어른이라도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