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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실에서

실상과 허상의 경계

by 김지훈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이라도 설계 수업 처럼 메스 스터디(Mass Study)를 한다. 쉽게 말해 건물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과정인데, 실내를 주로 하더라도 아예 새로 잡든, 리모델링을 하든 건물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과정은 반드시 한다. 메스 스터디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모양을 도출하고 보통 5~6개의 메스가 생겨난다. 그 중 1~2가지는 암만 봐도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고 된다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 같은 매스이고, 나머지는 현실 구현 가능하고 일반적인 매스의 형태다. 메스 스터디를 하는 단계에서 항상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메스를 선택하지만 항상 길이 막혀 일반적이고 구현이 가능한 것 같은 매스만 골라서 했다. 당시엔 다른 사람들보다 쉬운 형태라서 프로그램도 쉽게 나오고 빨라서 그게 마냥 좋았다. 하지만 설계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내가 가장 진도가 빠른데, 뭔가 엉성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생각해 보니 현실에 있을 법한 건물을 구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은 실제로 지어진 건물이 되었다. 3~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건물의 외형이 실제 지어진 건물들처럼 정교하고 무게감 있게 나오긴 힘드니 자연스레 완성을 해도 빈약해 보였다. 반면에 어려운 선택(비현실적인 매스)을 한 학생들은 완성이 덜 되어도 컨셉 혹은 건물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뚜렷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시선은 더 갔다.


설계 과정 내내 상기했던 내용은 비현실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는 거였지만 막상 결과물은 동네에 하나쯤 있는 건물의 매스라 씁쓸하기도 하면서 쉬운 길을 선택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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