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줄 알았던 감정이 사실은 주입된 감정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그렇게 믿었어요.
“내 감정은 내 거야.
내가 느끼는 대로,
내가 판단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내 마음 하나만큼은
내 편 같았거든요.
근데 요즘은
그게 정말 온전히 내 감정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누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고,
기분 나쁜 말투를 들으면
내가 예민한 건가, 자꾸 자책하게 돼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보다
남의 눈치를 먼저 읽게 됐어요.
이상했죠.
왜 내가 힘든데
내가 미안한 기분이 드는지.
왜 억울한데
말하지도 못하고
가만 있었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밖에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엄마가 화낼까 봐,
선생님이 실망할까 봐,
친구가 나를 멀리할까 봐.
그럴까 봐
느낀 감정이었어요.
특히
가족 안에서 배운 감정은
더 뿌리가 깊더라고요.
“참아야 착한 거야.”
“남 기분 나쁘게 하지 마.”
“형이면 동생 좀 더 이해해야지.”
그 말들이 쌓이면서
내 감정은
조용히 뒤로 밀려났어요.
어쩌면
나는 내 감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늘 해석된 감정만 있었고,
늘 조정된 감정만 허락받았죠.
슬퍼도 너무 슬퍼하면 안 되고,
화가 나도 그걸 드러내면 이기적이라 배웠으니까요.
이제는
그 감정들에서 조금씩 떨어져 보는 연습을 해요.
‘이건 진짜 내가 느낀 감정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를 설득한 감정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용히 되물어보는 중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그 질문조차
죄책감이 들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묻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정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진짜 나를 다시 느껴보려는 연습.
아직 서툴지만,
그 연습 덕분에
이젠 내 감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조용하고 어색한 마음일지라도,
그게 내 마음이라는 걸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