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에서 올라온 감정
문장을 꺼내놓고 나서야
알게 되는 마음이 있어요.
“왜 난 이 정도까지 해야 했지?”
처음엔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요,
말끝에서 무언가 묵직하게 올라왔어요.
그동안 눌러뒀던 감정이
슬며시 얼굴을 내민 느낌이었어요.
울컥이라기보단,
더 조용하고 오래된 무언가였어요.
참다가 굳어진 마음이
그제야 말이 된 것 같았어요.
나는 단단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 단단함이
말끝에서 울분처럼 새어나온다는 걸
이제서야 알겠더라고요.
표현이 거칠어질 때가 있어요.
딱딱한 말투,
툭 떨어지는 문장.
그런데 그 안에는
오히려 부드럽고 지친 마음이 숨어 있었어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그 모양으로 흘러나온 거였어요.
그래서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울분이라는 건
감정이 너무 많았던 사람에게 남는 무늬 같아요.
버텼다는 증거이고,
그 말투는
버티면서 지켜낸 마음의 흔적이에요.
지금 나는
그 말투조차 천천히 풀고 있어요.
울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말로 바꿔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