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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데 웃고 있을 때가 있다

그 웃음은, 나를 숨기던 버릇이었어요.

by 행복한곰돌이

힘든데 웃고 있을 때가 있다.

진짜 웃긴 일도 아닌데,

그냥 웃는다.


나도 가끔 이상하다고 느낀다.

왜 자꾸 이럴까.

왜 아프면 웃음부터 나올까.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그랬다.

울고 싶어도 참고,

속상해도 괜찮은 척하고,

혼자 방에 들어와서 조용히 이불을 덮었다.


그때부터 몸에 배었나 보다.

힘든 티를 내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고

솔직하게 말하면, 더 외로워졌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웃으면 진짜 괜찮아질 거야”라고 믿으면서.


근데 그 웃음이 지나간 자리엔

이상하게 허전함이 남는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서운함.

나조차 내 감정을 외면했다는 씁쓸함.


그게

“아프면 웃어라, 그게 덜 다친다”

이런 회로였던 것 같다.

어쩌면 예전엔 그게 나를 지켜주는 방법이었겠지만

지금은 자꾸 나를 더 고립되게 만든다.


요즘은 그런 웃음이 올라올 때

살짝 멈춰본다.


“지금 나 진짜 어떤 기분이지?”

“혹시, 그냥 울고 싶은 건 아닐까?”


이렇게 나한테 조용히 물어본다.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낯설지만,

그렇게 다시 나를 느껴보려 한다.


웃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늘 웃을 필요는 없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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