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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걸 그렇게도 아꼈다는 사실이

by 행복한곰돌이

억울하다.

화가 난다.

지친다.

이 감정들이 반복해서 돌아온다.


살아갈수록 더 선명해지는 게 있다.

엄마와 아빠가

나한테 해줄 수 있었던 것들이

사실, 아주 별거 아니었다는 거다.


“너 힘들었겠다.”

“그래도 네 잘못은 아니야.”

“나는 너 편이야.”


이런 말들.

어렵지 않은 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걸 그렇게 아꼈다.

줄 듯 말 듯,

준 적도 없으면서 생색만 냈다.


나는 오래도록

그 말을 받기 위해 눈치보고 참았다.

사랑받고 싶어서

애를 쓰고, 오해를 풀고, 설득하고

때론 그냥 내가 나쁜 아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 돌아보면,

그건 줄 수 있는데

안 준 거였다.


그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그래서 화가 난다.


정말 별거 아닌 거였다.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일.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그걸 그렇게 아끼면서

나는 왜 그걸 받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버텨야 했을까.


이제는 안다.

그때 나에게 부족했던 건

내가 아니라,

줘야 할 걸 주지 않은

그들의 감정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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