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치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여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동안,
나와 타인을 반대로 저울질하며
이기적이지 않으려 애쓰다 결국 지쳐버린 사람이었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으니,
이제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나한테도 여유롭고,
남에게도 여유로운 사람.
그게 요즘의 내 방향이다.
오랜만에 군대 훈련소 동기가 인스타에 떴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해봤는데,
그는 여전히 침울했고
자기 이야기에 갇혀 있었다.
“내 일이 제일 힘들고, 나는 인정받고 싶고…”
그 말들이 낯설지 않았다.
내 과거의 문장이었으니까.
딱하고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찔했다.
내 코가 석자인데,
그 사람 짐까지 떠맡을 여력은 없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밥이라도 사주며
그의 짐을 나눠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선의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는 걸.
‘누군가를 도와야 나도 괜찮은 사람 같다’는
그 착각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적당히 듣고,
적당히 위로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
막상 이렇게 말해도
그가 연락하면 또 받을 거다.
하지만 그건
나를 버리는 친절이 아니라
내 여유 안에서 하는 선택일 것이다.
그 친구 덕분에 알았다.
예전의 나는,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인정받고 싶어 했다.
지금의 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내 안을 다독인다.
유치함이란 결국,
스스로를 가볍게 여길 줄 아는 힘이다.
진지함 뒤에 숨은 불안이 사라지면
비로소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조금 유치해도 괜찮다.
그만큼 내가 여유로워진 거니까.”
그리고 바란다.
그 사람 또한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털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