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한 일들은 걷기 3km, 책 읽기 50p, 음악 노트, 얕은 업무 정도였고 프립에서 진행 중인 영작 수업은 파파고에게 맡겨버렸다. 생산성 없는 하루를 보내서 기분 좋게 잠들지 못했다. 이기적 유전자는 무슨, 가타카는 무슨.
- 내 주기는 외향과 내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분 기를 높은 에너지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면 다음 분기는 조용히 혼자 겨울잠을 자는 시기다. 전엔 이런 모습에 나 스스로도 의문이었는데 해마다 일관되게 보이는 리듬을 보며 이제 요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남자친구는 20년 간 해오던 사업을 정리하고 소위 은퇴를 하고 여행하듯 살고 있다.
5년 뒤, 10년 뒤라도 나는 이루기 어려운 모습이다. 오랜 사업을 하다 처음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내려놓고 즐기는 소소한 일상들이 좋단다. 그런데 그럴수록 쉬지 말고 뭔가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남자친구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그의 지난 시간들과 성취감이 질투 난다.
- 남자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늘 응해줬지만 요즘은 목적성을 찾고 만남을 선택을 하게 된다.
함께 하는 시간은 되도록 생산적이었음 한다. 밥 먹고 하는 산책은 멍하니 걷기보다 되도록 부동산 임장을 해보자고, 앞으로의 만남은 같이 할 수 있는 스터디 모임을 함께 나가자 제안해 본다.
여전히 나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다는 남자친구의 말이 요즘은 공감되지 않는다. 나도 전엔 그런 일상이 행복했었는데 부럽네.
아무래도 요즘 제대로 된 성취감이 부족한 탓에 옆에 그대로인 것들에 부족함을 품는 것 같다.
이것은 나의 문제다. 알아차리자.
- 오늘은 알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런데 사실 보통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2년 간을 쓰러지듯 씻지 않고 잠들었다가 새벽에 눈을 떠 다시 씻고, 깬 정신을 다시 잠재우기 위해 가벼운 쇼츠들을 넘겨보다 다시 잠이 든다. 내 치아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방심하다간 잇몸을 뒤집게 될지도 모른다. 집에 가자마자 씻는다는 루틴을 넣어야겠다.
- 로렌 바 서라는 모델이 탐폰을 사용하다 독성쇼크증후군이 와서 두 다리를 절단했다는 뉴스가 보였다. 삶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빈 속에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언젠가 감사할 날들이었다는 걸 알겠지. 그런데 오늘은 그다지 감사스럽지 않다. 어제의 나한테 만족스럽지가 않다.
- 아침에 눈을 뜨고 재즈톡방을 봤다. 드러머 아론 스피어가 죽었다고 한다. 그렇구나.
400명가량 되는 재즈방에서 다수는 정통재즈를 즐긴다. 에시드 재즈나 키치적인 느낌들을 좋아한다.
이 방에서 조차 공감대를 찾기란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 중요한 뉴스 같지 않은데 남현희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뉴스도 좀 보고 살아야 하는데.
- 오늘 저녁은 타이탄의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다. 아직 100p를 간신히 넘겼다. 맘먹었으면 다 읽을 수 있었을 책인데 나는 참.
- 아침일기 생각보다 개운하군. 이 정도 풀었으면 되었다. 나에게 불만족스럽지 않게 지금부터 오늘은 해야 할 것들을 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