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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Sep 29. 2021

공간이 주는 힘

이노다 커피

교토 산넨자카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아기자기한 골목들 사이에 딱딱한 글씨로 쓰인 INODA'S COFFEE.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큰 통창이 보이는 널찍한 공간에 따듯한 조명으로 연출된 분위기. 누가 봐도 아주 오래된 공간임에는 틀림없었다. '커피?' 한마디면 충분했다. 오래되어 흠집이 잔뜩 남아있는 유리컵에 담긴 소량의 커피였다. 찰랑거리는 얼음 소리가 잠시 적막을 깬다.

 

통창으로 따가운 햇살이 들어온다. 밖으로는 작은 나무들과 벤치로 꾸며진 정원이 보인다. 나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홀짝인다. 오래 걸어 지친 몸을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시끄러운 음악도,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이 온몸을 덮는다.
 

나는 그저 이곳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떠한 위로나 따듯한 말들도 없었다. 고요함을 즐기며 잠시 시간을 흘려보낸 것뿐이었다. 과연 무엇이 나를 이토록 편안하게 만들었는가. 공간이 주는 힘이었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말 한마디, 관심 어린 시선 없이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작은 정원이 보이는 큰 통창을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곳. 그러다 어느덧 해가지면 자연스레 그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내가 느낀 이 감정을 나누고 싶다. 누구나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곳. 그런 힘이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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