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렀음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나 자신의 변화'이다. 어릴 적 그렇게 가기 싫었던 등산이 이제는 너무 좋아졌는데, 이러한 나 자신을 보면 어릴 적 내가 '아저씨'라고 불렀던 어른들이 문득 떠오른다.
이젠 내가 그 아저씨가 된 것일까? 이러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나이 30을 바라보고 있더라. 난 아직 청춘인 줄 알았는데.. 크게만 보이던 30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찰나의 순간 이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이직을 한 것뿐인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아직 할 것들,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벌써 노후를 준비 하라니? 야속하다.
어쩔수 없다.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많이 느려져만간다. 앞만보고 달려왔던 내 삶은 이제 조금 더디어져 간다.몸도 마음도 이제는 이십대 초반의 내가 아님을 나 스스로가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느림으로 인해, 빠르게 달려오느라 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놓쳤던 많은 것들을 발견한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많은 실수와 후회들이 선명해져간다. 아! 더딘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니구나.
난 천천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한다. 빠르게 가지 못하기에 더욱 조심하려한다. 더욱 잔잔해 지고 단단해 지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등산이 좋아졌나 보다. 느려도 여유를 갖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까지, 주변을 둘러보며, 호흡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 그러한 삶을 살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