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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Feb 22. 2022

설악산 : 악! 소리가 난다

등산 이야기 #2

지난 1월 8일. 설악산 오색 - 한계령 코스에 올랐다. 6년전 다녀왔던 천왕봉을 제외하고는 제일 긴 코스이다. 당일 코스로 13.3km 정도면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같은 거리를 오르더라도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설악산. 발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 조금 겁을 먹고 출발하게 되었다.

 


나름 산악인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이제는 나름 산에 좀 가봤다라는 교만함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이번 설악을 오르면서 다시 한번 겸손을 경험하게 된다. 끝없는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오색코스에 얼어버린 길까지. '그래 겨울이라 힘든거야. 길이 얼어서 더 힘든거야'를 마음속으로 합리화하며 올랐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더라.

 


정상 직전에서

하늘과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눈앞에서 구름이 지나가고 매서운 바람이 귀를 막는다. 어느 높은산이나 정상에 오르기전에는 방한을 철저히 해야하기 때문에 기대하며 옷을 챙겨입는다.

 


대청봉

대청봉에 오르니 지난 소백산에서 느꼈던 칼바람이 우리를 덮친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증샷을 찍겠다는 일념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이 맞다. 도저히 잘 나올 수 없는 사진인데도 어떻게든 웃어보려 노력하였더니 결국 한장 건졌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 휴대폰은 진작에 사망하셨다. 그래서 정상에 오르기까지에 사진이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운 날. 포스팅하기도 민망하지만 기록용으로...)

 


파란 하늘의 대청봉

구름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은 살면서 처음 보았다. 분명 몇초전까지는 흐릿한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파란 하늘로 바뀌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놓칠세라 바로 인증샷 때려버리기.

 


상고대는 조금 아쉽

하산길. 처음 든 생각은 '배가 고프다'. 요근래 이렇게 배가 고팠던 적이 있었던가? 풍경을 보는 즐거움을 배고픔이 이겨서 대피소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하산길에서

오색에서 올라와 한계령으로 내려간다. 한계령 코스는 난이도가 쉽다고 들었는데, 줄어들지 않는 고도와 오르락 내리락의 반복으로 멘탈이 탈탈 털리더라. 억지로 웃어보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표정을 보니 많이 지쳤었나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운 포스팅이지만 그래도 다음 설악을 기대하며 기록해본다. 분명 겨울이 더 힘들다고(합리화) 하였으니 여름에 다시와서 뜀박질로 또 한번 설악을 오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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