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이야기 #2
'또 그만두었어?' '왜?' '뭐하려고?'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나에 답은 '나도 몰라~'이다. 처음에는 내가 퇴사했다는 사실에 대한 질문을 어느 정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현재의 나는 정말로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휴학 한번 없이 열심히 살았다. 물론 '열심히'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름대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은 살았던 것 같다.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은 빠른 취업과 괜찮은 직장이었다. 당시 내가 얻을 수 있는 감정은 부끄럽지만 '우월감'이었다. 주변의 기준보다 더 빨리, 더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는 점이 나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으니깐.
첫 회사를 1년도 안되어서 나오게 된다. 나의 인생 계획에는 전혀 없었던 사항이었고, 적잖이 당황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평탄한 삶을 살기를 기대했던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 퇴사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나는 조금 빠른 결단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휴학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백수의 삶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거진 10개월 정도를 쉬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성경말씀을 정말 많이 읽었고, 매일 같이 도서관에 나가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나는 인생의 길에 대한 답을 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물음표였다. 6년의 대학생활에서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았더니 시선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첫 회사와의 방향과 다른, 이성적이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월급은 현저히 적지만 소위 말하는 '워라밸'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았고, 다양한 관심분야를 가진 나의 성향상 일과 취미를 다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나날들이 펼쳐졌는데, 직무 자체에서 오는 사명감이 없이 기계적으로 보고서만 쓰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첫 직장에서 육체적인 노동에 질렸다면 이곳에서는 정신적인 노동에 신물이 났다.
이쯤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는 삶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이 때로는 힘들고 버겁더라도 버티며 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고,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꾹 참고 하셨던 끈기가 더 큰 능력으로 여겨진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나의 성격이 완전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줄 알았는데, 삶에 대해서는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삼 년 그리고 반 년을 채우고 두 번째 회사를 나오게 된다. 나이 서른에 이상을 꿈꾸지 않고 현실에 수긍해가는 나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매일 유튜브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이것보다 더 나을 수 있는데'라는 희망고문도 그만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인다. 플랜 B 세우고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결과가 얼마나 큰지는 이미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허리, 목, 두통은 '그만해도 된다'는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계획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 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나머지 나는 제대로 '휴식'을 선택하지 않고 또 한 번 이직을 하게 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발목을 옥죄어왔기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또 한 번 사무지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 번째 회사의 기한은 일주일이다. 나름대로 경력으로 '선임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받으면서 그렇게 순항하는 듯 보였다. 이직을 하면 그나마 조금은 나아지겠지, 사람들 그리고 분위기가 바뀌면 그래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겠지라고 기대했었지만 이 회사에서의 나의 수명은 첫날 이미 알았다.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나에게 앞으로 어떠한 삶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럴 거면 이직을 왜 한 거야?라고 질문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짧지만 한번 더 확실히 경험한 덕분에 더 확실하게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나는 한 달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는 일차적인 결론은 얻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웃으며 할 수 있는 일은 퇴근하고 두서없이 쓰는 '글'이었다. 많지 않더라도 '글 잘 봤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와 같은 피드백을 들을 때에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고 계속 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한 글자 두 글자 적다 보니 어느새 브런치에서 작가로 불리게 되었고, 내가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글쓰기를 전업으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혹은 다른 일들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끈기 없는 놈이라고, 이상주의에 빠진 사람이라고 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인생의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큰 후회를 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이 기간 동안 무엇을 얻을지 혹은 버리는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