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처럼, 달려도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무리 달려도 모든 것이 제자리인 듯한 느낌. 주위 풍경도 그대로. 나의 시선도 그대로.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조급한 마음이 나를 달리게 만든다.
이러한 제자리 달리기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질문한다.
근육이 붙는다. 호흡이 안정된다.
쫓기듯 가쁜 숨을 몰아 쉬던 나의 제자리 달리기는 점점 안정적이다.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을 뿐인데.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채웠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무엇인가 얻는다. 단단해진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면 한강으로 나가보자. 방향을 잡았다면 신발끈을 조여보자.
의미 없어 보였던 제자리 달리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발달한 근육이, 안정된 호흡이 드디어 나에게 힘을 실어준다.
기다린 시간만큼 더 잘 달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