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에 관하여

by 필문

고백하자면 저는 꽤나 교만한 인간입니다. 자기 우월감에 빠져서 스스로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곤 했습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화된 처세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물론 이 또한 저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아는 저로서는 종종 우월감에 빠져서 생각하고 평가했던 적이 꽤나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면 자기 성취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아주 가끔이야 그러한 것들이 좋게 작용한 적도 있기는 합니다만, 건강한 비교라고 아무리 포장해도 비교는 비교일 뿐이었습니다.


처음 원하던 직장에서 취직하고 퇴사한 이후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불필요한 순간들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린 시절의 ‘꿈’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크고 넓은 세상을 접할수록 도전의식도 점차 약해져만 갑니다.


하지만 도전의식이 약해지는 것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부족한 저의 내면입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저는 결국 이전에 누군가를 무시했던 것처럼 나 스스로를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하고 경솔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깨닫는 중이라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불안정한 시기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저의 부족한 노력과 도전의식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시기가 저에게 주어진 것은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성숙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두 가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는 비교에 의한 노력이 아닌 진정한 갈망과 열정을 되찾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타인을 바라봤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며 교만한 마음을 줄여가는 것입니다.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기대감을 가지고 이 어두운 동굴을 지나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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