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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Nov 01. 2022

인간은 그라데이션

빨간색이야. 너는 파란색이야. 나는 초록색이야. 이렇게 우리는 사람을 색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가지의 색으로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치만 나는 어떤 특정한 색으로 사람을 표현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특정한 색으로 표현되길 바라지 않는다. 하나의 모습과 느낌에 갇히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 사람들이 한가지의 모습과 느낌으로 표현되길 바라지 않는다. 차라리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길 바란다.


‘그라데이션’은 하나의 색과 또 다른 색 사이의 단계나 변화과정을 늘어놓는 색칠 기법을 말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무 프로그램에는 색상 팔레트가 있고, 색상 팔레트는 그라데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팔레트에서 우리는 하나의 색상을 딱 찍어서 사용한다. 글자색은 빨간색, 배경색은 흰색, 포인트는 노란색 이런식으로 말이다.


이런 과정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근데 인간에게 적용될때는 더 극단적이다. 일할때는 3가지 정도의 색을 사용하지만, 사람에게는 한가지만 사용하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극단적인 판단과정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을 판단한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을 판단함으로 공동체는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나쁜 사람, 누구는 좋은 사람, 누구는 기술자, 누구는 힘센 사람.. 이런식으로 말이다. 나는 지금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습관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은 사람을 한가지 색으로 판단하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색깔은 적어도 누군가를 범죄자로 판단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재미가 없다. "너는 검은색이야! 파란색이야!" 정말 재미가 없다.


색깔론은 재미가 없으니까, 인간을 그라데이션으로 생각해보자는 거다. 너는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향하는 그라데이션이야. 나는 핑크색에서 회색으로 향하는 그라데이션이야. 너는 원형인데 중앙은 파란색, 가장자리로 갈수록 노란색인 그라데이션이야. 표현이 훨씬 풍부해진다. 그리고 의미하는 내용도 더 풍부해진다. 모양도 말할 수 있고, 색상의 방향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색상과 색상 사이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인간은 실제로 모양이 있고, 인생의 방향도 있고, 방향안에서 단계도 있다. 나도 사람들을 색깔로 표현하던 습관을 버려봐야겠다. 이제 사람들을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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