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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Nov 13. 2022

보컬이라는 악기의 가격

저번주 토요일 공연을 했다. 동아리 창립 30주년을 맞아 전체 동문이 모이는 자리였다. 다수의 팀이 모였고, 다수의 노래를 했다. 그리고 다수의 기타리스트들이 왔다. 나는 물어봤다. 이거 얼마냐고, 이펙터 전부 다해서 얼마냐고, 기타는 얼마냐고 물어봤다. 이펙터는 전부 다해서 700만 원, 기타도 300, 500만 원 주고 샀다고 했다. 대단한 가격이었다.


나는 얼마일까 궁금했다. 나는 보컬이다. 물론 보컬이라고 부르기는 부족한 실력이다. 그냥 보컬의 포지션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 자신을 보컬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컬이라는 말 자체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보컬은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몸을 악기처럼 쓴다.. 생각보다 어렵다.

몸을 악기처럼 쓸 수 있으려면   


음정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음을 깨끗하게 낼 수 있어야 하고

언제나 깨끗한 음을 낼 수 있도록 관리가 잘 되어있어야 하고

멜로디에 감정도 실을 수 있어야 하고

내구성도 좋아야 한다.


그럼 나를 악기라고 생각하면 얼마일까?

마음이 무겁다.. 음정이 가끔 떨어지기도 하고, 음이 깨끗하지 않을 때도 많고, 관리는 열심히 하는데 가끔 술도 한잔씩 한다. 감정을 실어 노래할 수 있는 곡이 많지 않고.. 하지만 내구성은 좋네. 그래 사람의 몸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 라고 나를 위로해본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보컬로서의 값어치를 올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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