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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Nov 24. 2022

Love : Big, Warm and Hard

사랑은 크고, 따뜻하고, 단단하다. 내가 글로 배운 사랑은 그렇다.

사랑은 크다.

단순히 감정의 크기나, 마음의 크기를 말하는게 아니다. 인간의 가장 큰 마음은 인류애와 박애다. 인류 전체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크기만큼 상대방을 사랑한다. 인류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을 사랑한다.

인류에는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그리고 지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앞으로 태어날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예외는 없다. 인간을 세분화하는 모든 개념에서 벗어난다. 외형, 직업,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한 모든 개념에서 벗어난다.


얼굴색이 파랗든, 노랗든, 빨갛든, 키가 크든, 작든, 중간이든, 과거에 뭔짓을 했든, 지금 뭔짓을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든, 어떤 업적이 있든, 앞으로 어떤 업적을 쌓든, 미쳤든, 도라이든, 정상이든 뭐든 상관없다. 인류에 대한 사랑은 그냥 사랑하는 것이다.


그 마음으로 상대를 사랑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기주의자 둘이 붙어서, ‘이기주의자들’이 될뿐이다. 지네 둘만 좋아서 희희낙락하고, 다른 사람이야 어찌 되든지 말든지 하는 ‘이기적인 것들’이 된다. 그래서 사랑은 커야 한다. 상대방에게만 맞춘 좁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사랑하기에 인류전체가 사랑스러워야 하고, 인류전체가 사랑스럽기 때문에 상대방도 사랑스러워야 한다.


사랑은 따뜻하다.

감정적으로도 따뜻하고, 이성적으로도 따뜻하다. 감정적으로 따뜻한건 그냥 자동현상이기 때문에 달리 설명은 필요없다. 하지만 이성적 따뜻함은 생소하다.


의사는 공부를 한다. 인체를 공부한다. 생리학을 공부하고, 병리학을 공부하고, 세균학을 공부하고, 각 분과 의학도 공부한다.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배운다. 이유는 무엇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공부한다.


포도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포도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전부 공부한다. 사과나무를 키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육아를 공부한다. 의사와 포도나무 농부, 사과나무 농부, 부모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무언가를 살리고,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따라서 사랑은 따뜻한 이성이 필요하다. 사람을 차갑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틀에 가둬 죽이는 이성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살리는 이성이 필요하다. 지식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자신의 목표와 목적을 이루고, 좀 더 원활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철저한 지식과 이성이 필요하다. 그게 인위적이라 할지라도 어쩔수 없다. 인위적인게 가장 인간적이다.


그리고 단단하다.

상대적으로 이성은 단단하고, 감정은 무르다. 감정의 유통기한은 끽해야 3년이다. 사랑은 감정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이성으로 지속된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결심, 그래서 어떻게 세상을 헤쳐나가야겠다는 전략적 사고, 감정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생각의 전환으로 사랑은 지속된다.


단순히 감정만 가지고는 그냥, 대충, 불장난이나 하거나, 연애나 하거나, FWB를 하거나, 그냥 확 불타올랐다가 꺼지는 그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만 타다가 끝난다. 그래서 사랑은 이성적이어야 하고, 이성은 단단해야 한다. 감정마저 이성에 따라올수 있을 정도로, 이성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야 한다.


크고 따뜻하고 단단한, 글로배운 사랑. 이상적인 이야기라는걸 안다. 그래서 그냥 형이상학적 사랑으로 남겨두고, 나는 오늘의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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