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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Dec 08. 2022

feelovesophy

느끼고, 사랑하고, 생각하자.

나의 인스타 ID는 feelovesophy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feelovesophy는 Feel + Love + Sophy를 합친 말장난이다. 하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다.

느끼고, 사랑하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느끼는게 가장 중요하고, 느끼는 걸 사랑하고, 그 다음에 생각하자는 의미이다. 아무튼 감정을 느끼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의 철학이자, 내가 살아가는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제일 못하는게 느끼는 것이다. 못하니까 계속 떠올리고 상기시키기 위해 feelovesophy를 ID로 쓰는거다. 잘하면 상기시킬 필요가 없다.


나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했다. 역설적이게도 감정을 너무 잘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매우 잘 느꼈다. 특히 공포와 불안이 가장 심했다. 7살 이전부터 나는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사실 화가 많다. 아마도 스트레스 호르몬을 수용하고, 처리하는 코르티졸 수용체가 적은 것 같다. 물론 직접 세어보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남들보다 유달리 화가 많았다. 인간은 5세 이전에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면, 코르티졸 수용체가 발달하지 못한다. 그러면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고, 화라는 감정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나의 유년시절은 그다지 안정적이지는 못했다.


그래서 싸웠다. 화가 났고, 화를 다스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친구들을 괴롭히는 친구와 싸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싸웠고,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 싸웠고, 중학교때 교회 전도사랑 싸우고 교회를 뛰쳐나갔고, 성인이 되고 시위를 하러 다니고,  군대 선임과 싸우고, 행정보급관과 싸우고, 상사와 싸우고, 대학교 교수님들과 격하게 싸우기도 했다.  직장상사랑 싸우고, 회사 대표와도 싸웠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 화내다가 내가 죽겠다 싶었다. 살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만들었다.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감정을 처리하는 나름의 방법을 사용했다. 물론 독이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주지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주지화는 모든것을 지식과 개념으로 바꿔버리는 방법이다. 꽤나 효과적이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 전에 모든 것을 개념화 시키고, 대뇌로 이해해버리면 나는 그 감정을 피해갈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죽어라고 읽었고, 인간학, 심리학, 종교학 등을 공부했다. 공부를 할수록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범위가 넓어진 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 감정들이 해소되는 건 아니었다. 무의식속으로 하나씩 차곡 차곡 쌓여갔다. 그리고 수 많은 감정들은 지네들끼리 합쳐져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감정의 산사태가 일어났고, 나는 한번 깔려 죽었다.


당시에 만나던 여자친구와 크게 싸웠다. 그리고 나는 거의 2시간 동안 목놓아 울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거의 죽을것 같은 데도 멈출수가 없었다. 과호흡이 일어나서 숨도 못쉬는 상황에서도 울음이 났다. 말그대로 울다가 뒤질뻔 했다.


2시간을 울고나니 정신이 돌아왔고,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때 알았다. 내가 그동안 무의식에 때려박은 감정들이 다 터져버렸구나. 지식이라는 쓰레기봉투에 꽁꽁 싸매서 갖다버린 감정들이 전부 올라와버렸구나.

그뒤로 feelovesophy라는 말을 만들었다. “감정은 느끼는게 최우선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드리고, 그 다음에 많은 생각을 하자”는 나만의 철학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잘 못하고 있다. 요즘도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은 지식이라는 쓰레기봉투에 집어넣고 일단 내팽겨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쓰레기통을 주기적으로 뒤진다. 요가를 할때나, 주말에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그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린다. 그렇게 충분히 느끼고, 받아드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리고 나서 생각한다. 나는 충분히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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