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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Feb 19. 2021

왜 유독 건설업에는 꼰대가 많을까?

 1군 건설회사에서 4.5년, 발주처 엔지니어로 3년 정도 건설업에 종사하며 왜 유독 우리 업계는 꼰대가 많은 건지 가끔 생각을 했었다. 나도 올해, 혹은 내년 정도면 매니저가 될 텐데 그전에 꼰대가 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젊꼰이 되지 않을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1. 경험으로 일 하는 선배님들


 아무리 건설업이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업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경험만 의지하는 선배님들이 많다. 일반 빌딩이나 아파트는 모르겠는데, 플랜트 쪽은 스터디해야 될 것들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솔직히 도면이나 사양서, 규정 등을 다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네가 뭘 아냐? 내가 이전 현장에서 이렇게 했으니 이게 맞아. 토 달지 말고 이렇게 해"라고들 많이 하신다. 거기다 대고 젊은 사원/대리가 "도면에는 이게 아니고요... "라는 말을 꺼내보지만 보통 직급으로 찍어 눌린다. 


 이게 안 좋은 점이, 이렇게 경험에 의지한 채 공사를 하면 훗날 분명 발주처나 감리 검사에 걸려 재공사를 하고, 추가 비용, 일정 지연 등의 문제가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많은 꼰대 선배님들은 아직도 스터디를 충분히 하지 않고, 오늘도 목소리만 키우신다. 


  

2. 소장 → 팀장 → 사원/대리 →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수직구조


  요즘에는 현장에서 소장님의 힘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장님은 현장에서 왕이다. 소장님이 시키면 보통 무조건 해야 된다. 고과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현장에서 소장님께 찍혀봐야 좋을게 아무것도 없다. 그 지시가 아무리 불합리해도 소장님이 시키면 해야 된다. 보통 소장님은 각 팀장님께 지시를 하고, 그 지시는 그대로 나/너/우리에게 내려오고, 바로 실제 일하는 협력업체나 작업반장님들께 전달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발주처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된다. 나도 발주처로 일하며 많이 본 부분인데, 발주처 엔지니어들에게 요청/부탁/지시하는 많은 조직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건설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언제까지 되나요? 내일까지 되죠?"를 연발하며 부탁(지시)하고, 그 지시는 소장님이나 팀장님께 전달된다. 


 이 지시는 사원/대리에게 직접 전달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또래는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불합리하다고 상대방을 설득하지만, 윗 분들은 그걸 어려워하신다. 그러다 보니 윗 분은 지시를 받아서, 역시나 직급으로 밑에 직원들을 눌러버린다. 내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을 갈고닦아야 한다. 



3. 모르면 바보 취급당하는 건설현장


 이상하게 건설 현장에서는 모르면 그것도 모르냐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자신이 맡은 공종 외에 다른 것까지 알 수도 없고, 방대한 양의 기술을 다 알 수는 없다. 건축 관련 회의에서 전기 이야기가 나오면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면 되는데, 일단 ok 하는 분들이 많다. 회의 끝나고 전기 담당을 불러, "내가 ok 했으니 네가 알아서 끝내"라고 하는 선배님. 못해요 라고 하면, 또 직급으로 찍어 눌린다. 모르면 당당하게 모른다고 하자. 



4. 숙소 생활


 이건 어쩔 수가 없다. 해외 생활하면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딱히 퇴근을 하면 다들 할 게 없다. 그래도 우리 또래는 혼자서 시간 보내는 법을 안다. 혼자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하면서 지내면 되는데 많은 선배님들은 이걸 못해 "퇴근하고 뭐해? 한잔 할까?" 외치신다. 물론 그 시간이 모두 싫은 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후배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점점 후배들이 피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4차 산업혁명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선진국의 사례를 가지고 와서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가자!라는 내용이었는데, 아무래도 한참 남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내가 예전에 이렇게 했어~"를 외치고 계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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