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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May 30. 2022

딸아이의 첫 미술 작품집

아빠의 육아 휴직 이야기 #8

 딸아이 다섯 살쯤 집 근처에 미술 학원이 새로 생겼었다. 당시 집에서도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활동을 좋아해 그때부터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고, 벌써 4년 정도, 인생의 거의 절반을 미술 학원에 다니고 있다. 당연히 이렇게 오래 다닐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어서 대견한 마음이 크다. 


 이 미술 학원은 좋았던 게 그림만 그리지 않고 만들기도 많이 시키고, 그림도 온갖 재료를 활용해 그리도록 지도한다. (다른 미술 학원은 안 다녀봐서 모르는데 다 이렇게 하나요?) 아무튼, 그렇게 여러 재료로 그린 그림은 스케치북에 고이 붙여 한 권을 채울 때마다 집으로 보내주신 게 벌써 8권이 됐다.  


아이클레이를 활용한 그림 (6살 때 작품)

 집으로 온 그림을 하나씩 보면서 딸아이가 재밌게 학원을 다니고 있고, 그래도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부분에 감동받기도 하지만 이 스케치북이 쌓이니 (아주 조금은) 처치 곤란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성 가득한 작품을 버리기도 그렇고, 계속 쌓아두자니 부피가 커 놔둘 장소도 마땅치 않는 상황. 더군다나 우리 딸아이는 혼자 만든 자질구레한 작품도 못 버려 집 안 여기저기 전시해 두는 걸 좋아해서 뭐 하나만 버리려고 해도 울상이 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최근에 전시회를 갔다가 구입 한 작품집처럼 이 작품들도 책자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촬영해 포토북으로 만들면 작품도 남겨두고, 큰 부피도 책 한 권으로 줄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활동들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추후 입시를 준비한다고 하니 나중에 어떤 진로로 갈지 모르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당시 헝가리 출장 중이었는데, 아이가 그렸왔었다 ㅜㅜ


 몇 년 간 쌓인 작품이 150점이 넘어 하나하나 촬영하는 것도 일이었다. 처음 포토북을 만들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아 몇 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2주 만에 책을 완성해 제작을 맡겨 곧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작품집은 특별히 두 권을 제작했다. 이 그림들은 아이와 미술 선생님이 같이 만든 작품이다 보니 선생님께도 한 권 만들어 선물하려고 한다. (부모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딸아이가 학교에서 진행 한 그림 그리고 대회에서 2년째 상을 받아 감사한 마음도 이 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나에게 미술은 그저 암기과목 중 하나로 외워야 되는 책 중에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미술 자체를 싫어했고 즐기는 방법도 몰랐다. 그러다 유럽 여행 중 들린 루브르 박물관, 조각상을 앞에 두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고,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 그때부터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홍대에 있던 성인용 미술 학원도 다녀보고, 관련 책도 보고, 여러 재료로 그림을 그려봤지만 실력은 당연히 형편없다. 그래도 미술이 내 삶에 들어온 뒤에는 훨씬 세상을 풍요롭게 살 수 있었고, 사물의 깊은 부분까지 바라볼 수 있는 힘도 조금 생겼다. 


 아이가 미술 학원을 언제까지 다닐지, 작품집이 몇 권이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미술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이 마음이 계속 이어져 아빠보다 훨씬 더 세상을 풍요롭게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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