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 롤프 젤린

독서노트

by 보미

도서관 신착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다.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상처받는가. 쉽게 상처받는 만큼 쉽게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처에서 회복되는 과정은 상처를 입는 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 '롤프 젤린(Rolf Jelin)'은 HSP(Highly Sensitive Persons Institute)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심리치료와 코칭,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실행하고 있는 심리학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HS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그가 이야기하는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 책을 골라 들었다.




독서노트 #3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



51530809619.20241122092404.jpg



상처를 입는 순간에 아이의 세상은 순식간에 다친 무릎이라는 작은 영역으로 축소된다. 아이의 모든 인지가 무릎의 통증으로 집중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을 이 영역에서 감지한다. 아이에게는 오로지 이 통증만 존재한다. 바로 옆에 있는 엄마나 다른 친밀한 사람의 따뜻함과 평온함, 그들의 에너지는 아이의 상태가 그들의 상태에 동화되게끔 해준다. 아이의 호흡이 점점 깊어지고, 심장박동은 점점 차분해지며,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다친 순간에 경련성으로 수축되었던 아이의 흉부는 다시 확장된다. 국한되었던 아이의 인지력 또한 차차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제 아이는 다친 무릎 말고 다른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자신을 사랑스럽게 팔에 안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 는 제목 그대로 마음의 상처와 그로 인한 통증을 다루는 책이다.

우리는 언제, 어떤 순간에 정신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지, 그리고 그 상처로부터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내용이 하나의 흐름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상처에 관한 여러 주제가 각각 따로 다뤄지는 인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심리적 상처를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인이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했다는 점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상처에 비해 정신적 상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인다. 신체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는 때로 신체의 상처보다 더 깊고, 더 아프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정신적 상처에 대한 반응은 신체적 상처를 입었을 때와 흡사한 과정을 보인다.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을 때처럼, 입수된 정보가 고통으로 인지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적 상처를 입었을 때에도 당사자의 세계는 상처를 입은 바로 그 순간에 집중적으로 수렴되면서 상처받은 부위와 고통으로 축소된다.




작가는 영혼이 상처받았을 때 긴장감과 에너지가 몸에 충전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긴장감과 에너지는 공격을 당하는 순간 방어할 수 있게끔 분출될 수도 있고, 모든 힘을 빼앗아버리는 무거운 짐이 되어 계속해서 우리를 짓누를 수도 있다.


그 순간엔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도, 상처는 마음에 남아 나를 계속 괴롭게 만든다.

모든 정신이 고통에 집중된다. 아프다, 괴롭다, 두렵다.

그 상황에서 벗어난 뒤에도 아픔은 계속 마음에 남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그렇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상처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쌓인 긴장감과 에너지를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좋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체적인 상처를 돌보는 것처럼, 내 마음에 난 정신적인 상처 또한 돌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다시 열고 삶의 즐거운 측면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처를 알아차리고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상처를 입었을 때 스스로 하는 응급 처치]

1. 외면하지 마라

2. 반드시 반응하라

3. 거리를 두어라

4. 자기 몸과 가까워져라

5. 감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라

6. 성급한 대화는 피하라

7. 상처를 제한하라





상처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인지하는 것이다.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의 고통을 묵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걸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 넘어 일주일, 한달, 1년이 지나도 그것이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받은 상처를 무시하고, 그때 느껴지는 고통을 참는 게 익숙해져서 그렇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가장 첫번째 단계는 상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참는 것이 익숙해지면 상처를 알아차릴 수 없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 해서든 반응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은 상처를 마주하고 다루는 다양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는,



[자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구 마련하기]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이 해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상처를 참고 견뎌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특별히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구를 마련해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무슨 뜻으로 한 말이에요?"처럼 즉각적이고 방어적인 문구를 연습해 두면, 해로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감정의 고통을 덜 수 있다.



[잠시 옆으로 비켜서기]


이 방법은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내 생각과 감정, 신체 상태를 의식적으로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내가 앉은 상태가 아니라 서 있는 상태에서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고 가정해보고, 현재 서 있는 위치에서 옆으로 조금 비켜나본다. 다시 말해 한 걸음 옆으로 옮겨가서 서는 것이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상황을 좀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본다.



[자기 자신에게 신체적 접촉하기]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심장 박동을 느끼거나, 팔을 가볍게 감싸며 나 자신에게 접촉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고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상처를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신체적 접촉을 한다면 친밀한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여러 유용한 기술들이 담겨있다. 그 방법들은 여러분이 직접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시도해 보길 권한다.





정신적 상처의 치유는 이러한 상처와 흉터를 없애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각, 생산적인 처리와 통합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다시 강직한 자세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의 감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다 느긋하고 성숙하게 대하며,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새로운 정신적 상처로부터 고통을 덜 받게 된다.




살다 보면 생각보다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는 순간이 많다. 늘 더 급하고 시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기회를 놓치곤 한다.


그러나 상처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내가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상처가 완벽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치유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얻는다.

상처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더 강하고 부드러운 나를 만든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여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봄으로써 발전하기를 바라며, 더 이상의 상처와 더 많은 고통을 참고 견딜 필요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매일 저녁 이를 닦듯이 습관적으로 영혼을 청결하게 한다면 상처로 인한 고통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꾸준히 나의 상처를 알아차리고 마주하며, 다루는 법을 연습한다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비슷한 상처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강조했듯, 이 책의 방법만으로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

특히 깊은 트라우마나 오래된 고통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그럴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감정 어휘] 유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