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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싱의 힘] Ann Weiser Cornell

독서노트

by 보미


나는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상담을 하는 상담자다.


정서중심치료는 인간중심(person-centered), 게슈탈트(gestalt), 실존(existential), 그리고 포커싱(focusing) 이론을 통합하여 정서를 중심으로 한 과정-경험적 상담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이론들에 대한 추가 학습의 필요성을 종종 느끼게 되는데, 최근 나는 포커싱 이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책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가져왔다.




독서노트 #4

포커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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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싱은 정서를 치유하고 자기지각(self-awareness)을 위한 몸 지향적 과정(body-oriented process)이다.




이 책의 부제는 '내면의 느낌을 통한 자기치유의 실제적 안내서' 이다.

제목 그대로 독자들에게 포커싱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혼자서도 내면의 느낌과 관계 맺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의 저자 코넬 박사는 포커싱을 창시한 유진 젠들린을 통해 처음으로 포커싱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오랫동안 포커싱을 가르치며 대중에게 알리는데 힘써왔다. 서문에서 그녀는 자신이 포커싱을 처음 배울 때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기에 누구나 포커싱을 배울 수 있도록 쉽게 포커싱을 가르치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그런 그녀가 쓴 이 책은 실제로 포커싱의 개념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며, 단계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몸의 의미 있는 감각, 즉 Felt Sense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포커싱은 간단하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차리고 나서 주의를 기울이는 느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포커싱은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이는 느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목이 막히는 듯 답답하거나, 불안으로 몸이 굳어버릴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의미있는 몸의 감각, 감각 느낌(Felt Sense)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포커싱은 이 Felt Sense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느낌의 메시지를 듣는 과정이다.


우리는 보통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상황들에서 그 불편한 느낌을 없애려고 한다. "왜 이런 불편하고 바보 같은 느낌이 들지?"이렇게 생각하며 피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또는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커싱은 다르다. 나에게 느껴진 느낌을 존중하고 그 느낌과 관계 맺으려는 시도.


그렇게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오고, 긴장이 풀리고, 긍정적으로 삶이 변화한다.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느끼고, 내가 원하는 삶을 더 잘 창조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다. 포커싱이란 이런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포커싱을 시작할 수 있을까?




포커싱은 특히 목·가슴·배 그리고 복부 부위와 같은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인식하면서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혼자서 포커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세한 과정을 하나하나 안내하고 있다. 그러니 포커싱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포커싱은 내면의 느낌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다. 그리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내 안의 어떤 느낌과 만나기 위해서는 그 느낌에게 안전하고 신뢰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포커싱을 처음 연습할 때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포커싱을 시작할 준비가 끝났다면, 편안하게 앉아 숨을 쉬면서 느낌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의자나 바닥에 접촉하고 있는 몸의 부분들을 자세히 살피고, 내 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 지를 알아차린다. 내 주의가 몸 부위에 있도록 느낀 후에, 그 주의를 목, 가슴, 배, 복부가 있는 부분인 몸의 중심 부위로 가져간다.


포커싱은 스스로에게 좋은 경청자가 되는 과정이다. 그러니 나의 느낌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포커싱을 처음 시작할 때 귀를 기울이고 싶었던 어떤 주제가 있었을 수 있다. 그 주제를 떠올리며 내 몸에 어떤 감각이 느껴지고 있는지 여유를 가지고 차근히 살펴 나간다.




우리는 어떤 느낌을 처음 알게 될 때, 내면에서 그 느낌에 “안녕”이라고 말해서 그 느낌을 인정하고 그다음 그 느낌을 묘사하거나 이름을 붙인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안녕'이라는 인사는 나에게 언제나 다정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내 안의 느낌에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은, 그 느낌을 환영해주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 느낌이 긍정적든 부정적이든, 너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려는 게 아니고 너를 알고 싶어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포커싱은 나 자신과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내면의 느낌에 인사를 건네는 일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소홀히 했던 내 마음과 새롭게 다정한 관계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말이다.




포커싱의 다음 단계에서는,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더 잘 알고 싶은 그 느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내적 경험과 관계를 맺는 방법은 느낌과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호숫가에 앉는 것'으로 비유한다.


내 감정을 커다란 호수라고 상상해 보자. 그 호수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포커싱은 호수로 들어가는 대신에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무엇이 느껴질 때 그 안에 빠져들기보다, 그 옆에 앉아 함께 있는 것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가장 잘 알도록 해준다.


그러니 포커싱을 할 때 그 느낌과 나란히 앉는 것을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느낌에게 인사를 건네고, 느낌과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그 옆에 조용히 머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몸이 주는 의미는 기억, 신념이나 태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 표현되지 않은 자신의 일부분과 때때로 연결된다. 그 문제를 고치거나 해결할 필요는 없다. 메시지를 인정하고 성심성의껏 그 메시지를 듣는 것이 깊고 편안하게 느끼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다.



느낌과 나란히 앉아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경청할 수도 있다. 심장을 조이는 듯한 느낌은 "무서워."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부드럽게 물어본다. "지금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왜?'라는 질문보다는 '무엇이'로 시작하는 질문이 느낌과의 대화를 더 수월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면 그 느낌이 "실패할까 봐 무서워."라고 대답한다. 느낌이 이야기하는 것을 정확히 듣고 알아주기만 해도 심장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새로운 통찰이 스며든다.


어떤 알아차림과 깨달음이 일어날 때 몸의 느낌은 약간씩 다르게 변할 수 있다. 그럼 우린 변화하는 내 몸의 느낌을 따라가면 된다. 내 Felt sense에 집중하고 그 이야기를 경청했을 때 몸은 편안함이나 안도감과 같은 새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느끼는 것을 어떻게 고치고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몸에서 느껴지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주의깊게 알아차리며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회기의 포커싱 시간을 마칠 때는 천천히 그리고 그 회기 동안에 일어났던 것을 존중하면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잠깐 동안 좋은 느낌에 머무를 수 있다. 우리는 몸에 감사를 표하고 ‘돌아올게.’라고 말한다.




내가 느낄 때 포커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내 몸에게, 내 느낌에게 다정한 경청자가 되어주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에게 '왜 이렇게 느끼는 거야?' ,'빨리 괜찮아져야 해.' 하며 다그친다. 그러나 그런 태도로는 나의 느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내가 어떤 걸 느끼는 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건 도망쳐 숨어버릴 것이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자. 시작할 때도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마무리를 할 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몸과 마음의 이야기에 성심껏 귀 기울이는 태도, 그것만으로도 이미 치유의 과정은 시작된다.



이 책이, 그리고 이 글이, 여러분이 자기 자신과 다정하게 만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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