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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명상책] 김정호

독서노트

by 보미


바로 이전에 '포커싱' 이론과 관련한 책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포커싱'과 유사해보이지만 그 시작에서부터 구체적인 실천 방향까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는 '명상'을 다루는 책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 감각에 집중한다는 면에서 포커싱과 명상을 유사한 작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커싱이 내 몸에서 느껴지는 Felt Sense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면, 명상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관찰하는 과정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명상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내면서, 일상에서 바로 실천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한다. 명상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독서노트 #5

스무살의 명상책

-심리학과 학생들의 마음챙김 명상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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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용적 입장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김정호 교수는 한국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연구하고 교육해 온 대표적인 학자다. 나는 이분의 논문을 통해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명상을 소개하기 때문에, 가볍게 명상을 이해하고 경험하기에 좋다고 느꼈다.


표지에 '심리학과 학생들의 마음챙김 명상 사용법' 이라고 적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대학에서 학생들과 8주 동안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학생들의 경험을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에게 안내하듯 각각의 명상 활동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그렇기에 책의 내용을 직접 실천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명상은 욕구와 생각을 다스리도록 도와준다.



책에서는 명상을 욕구와 생각을 쉬고, 지금-여기에서 깨어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으로 설명한다.

욕구와 생각은 정신 자원을 소모하는 작용이기 때문에, 다른 것에 정신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욕구와 생각을 잠시 쉬게 하는 것이다. 이때 명상은 욕구와 생각이 아닌 '감각'에 정신자원을 할당한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특정한 감각에 정신자원을 집중시켜서 욕구와 생각을 쉴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정신 자원의 할당을 '주의'라고 하고, 그래서 명상을 주의 훈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중 명상에서는 특정한 감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욕구-생각을 멈추고 고요함을 추구한다.



책은 두 가지 유형의 명상을 소개하는데, 하나는 집중 명상, 다른 하나는 마음챙김 명상이다.


집중 명상은 특정한 감각에 주의를 집중해 고요함을 추구하는 명상이다.

호흡에 따라 나타나는 배의 움직임(배의 확장과 수축)이나 코의 자극(코 점막을 스치며 오가는 공기 흐름), 꽃이나 점 등의 시각 자극, 혹은 물소리나 만트라(예: '옴') 등의 청각 자극에 욕구-생각을 개입시키지 않고 순수한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욕구-생각이 멈춰진 고요한 의식 상태, 즉 삼매를 얻으려고 한다.




마음챙김은 개인적 욕구나 생각을 개입시키지 않고 지금-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챙김을 훈련하는 명상이다.


여기서 마음챙김 훈련은 불교에서 출발한 수행법으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 개인적인 욕구나 편견 등의 생각을 잠시 비우고 있는 그대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집중 명상과 같이 욕구와 생각을 비운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의 목표는 특정한 감각과 하나가 되는 삼매가 아니라 감각을 경험하고 있다는 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차리고 그 과정을 관찰하는 명상이다.


이 책은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의 다양한 방법이 소개된다. 각 마음챙김 명상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알고 싶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호흡 마음챙김 명상 : 보통 앉아서 한다. 의도적인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몸이 불수의적으로 하는 행위인 호흡을 주요한 관찰 대상으로 정하고 마음챙김한다.

몸 마음챙김 명상 : 보통 앉거나 누워서 한다. 의도적인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몸의 각 부위에서의 감각을 순차적으로 관찰하는 마음챙김이다.

행위 마음챙김 명상 :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단순한 행위를 할 때 가급적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그 행위를 관찰 대상으로 정하고 마음챙김한다.

요가 마음챙김 명상 : 행위 마음챙김 명상에 속하는 명상으로 일정한 자세와 동작을 하며 마음챙김할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다.

자비 명상 : 관찰에 초점을 두는 마음챙김 명상을 보완하여 따뜻한 마음을 기르는 명상으로 마음챙김 자체를 도와주기도 한다.

우두커니 마음챙김 명상 : 보통 앉아서 한다. 의도적인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관찰 대상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경험되는 모든 감각을 마음챙김한다.




"평소에 방에 있을 때에도 라디오를 듣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잠을 잘 때 빼고는 계속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명상을 하는 시간에 가만히 한자리에 앉아서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는 행동이 내 몸을 이렇게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 각 명상 후 학생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명상을 통해 몸의 이완을 경험하기도 하고, 새로운 자기 이해나 통찰을 얻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하던 행위를 새롭게 경험하기도 했다. 때로 스트레스가 감소되거나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생각과 욕구를 비우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하지만 호흡 명상에서부터 조금씩 명상을 연습하고 익숙해진다면, 일상에서도 지금-여기에 머물 수 있는 힘이 길러질 것이다.


수많은 자극이 가득한 오늘의 세상에서, 이 순간에 내가 현존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평안은 한결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막연히 알고 있던 '명상'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고, 혼자서도 여러 명상 방법을 실천할 수 있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명상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일상에서 명상을 실천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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